그래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다
최근 좋아하게 된 도서 시리즈. 다름 아닌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에서 함께 기획, 출간하는 <아무튼> 시리즈다.
최초 구입한 건 <아무튼, 피트니스>. 읽고 난 뒤 피트니스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다졌지만 안타깝게도 실패(작가의 문제가 아니다. 순전히 나의 게으름 문제다). <아무튼, 트위터>를 읽으면서는 근 10년간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가며 가꿔 온(?) 트위터에 대한 부심을 다졌다. 그 다음으로 전혀 나와는 잇닿는 부분이 없는 <아무튼, 발레>(최민영 지음)를 고른 건 아이러니. 굳, 이, 인연을 꺼내자면 초등학생 때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엄마한테 학원을 보내게 해 달라고 조를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 정도?
신문사 기자이자 저자인 최민영의 발레를 하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다. 어쩌면 미리보기를 통해 보게 된 첫 문장 부분이 나의 상황과 꼭 같아 전자책 결제를 서둘렀던 걸로 기억한다. ‘잠이 많고 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마음 때문에.
발레를 시작하면 토슈즈니 튀튀(발레리나가 착용하는 스커트) 등 장비(!) 비용부터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마음은 저자의 다음 설명으로 안심시킨다. 정말 생 초짜고 내가 과연 발레를 해도 되는지 의심이 들 때는 레깅스와 연습용 컨버스 천 슈즈(토슈즈와 다르다), 하의를 덮을 수 있는 긴 티 정도면 충분하다고. 오히려 학원 원장님께서 저자에게 그렇게 권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땐 아 그 원장님 참 사람 마음을 잘 아는구나 싶었다. 헬스 하나 할 때도 온갖 헬스용 통기성 좋은 운동화와 언더아머 브라에 상하의까지 구비했다가 몇 번 다녀보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레는 당연히 쉬운 종목은 아니다.
겉근육을 펌핑하는 운동이 아닌 여리여리한 몸매 안에 견고하게 버틸 속근육을 다지는 운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발레리나들이 틈만 나면 두꺼운 옷과 워머를 걸치는 이유.
발레의 아름다움의 핵심은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해내는 것”이며 “우아함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격렬한 감정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꼭꼭 씹어서 소화한 뒤 한 단계 승화하는 것”으로 “무대 위의 발레리나는 어떤 순간에도 배역이 아닌 무용수 자신의 불안이나 통증을 날것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읽다 우리 동네에 있는 발레 학원이 있는지 검색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곳이 하나 있었다. 찾아가 볼 결심까지 하고 사전 조사까지 마쳤지만 아직 가보질 못했다. 지금까지 도전했던 케틀벨, 헬스, 수영, 달리기에 뒤이어 이번에 과연 발레를 할 수 있게 될지. 슬금슬금 내 안의 ‘새 술은 새 부대에’의 기운이 돋기 시작한다.
* 발레에 처음 관심을 갖는 분들을 위한 사소한 꿀팁. “무대 공연 동영상은 보지 말고 바가노바 발레학교 저학년 수업 동영상을 보셔야” 된다고. 그래서 링크를 가져와봤다. 링크가 이상하게 안 걸려서 아래 주소를 남긴다.
Vaganova Ballet Academy. Classical Dance Exam. Girls 0 class (pre-entry course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