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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Jul 22. 2019

책을 쓰게 된 이유

공황장애, 극복 그리고 책 쓰기

그간의 직장생활의 경험을 요약정리하면(특히, HRDer로서)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을 좇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직책을 좇으면 자존심이 흔들린다.
돈을 좇으면 자부심이 흔들린다.
하지만 일을 쫓으면 그 어떤 것도 흔들리지 않는다.
관계, 자리, 돈을 얻는 일에 실패하면 상처가 남지만
일에 실패하면 경험이 쌓인다.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을 경험한다.

사실 위의 문구는 두 번째 책의 표지 뒷면에 넣기도 했습니다.

책에 담은 이야기들은 큰 틀 안에서 위의 메시지를 잘게 잘게 썰고 풀어서 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책의 품질은 차치하고, 글을 쓸 때와 책을 쓸 때는 조금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보통 글을 쓸 때는 주제를 가리지 않고 씁니다.

그러나 책을 쓸 때는 다음 두 가지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①내가 잘 아는 분야. 즉 내 커리어를 기반으로 쓴다.전문지식, 경험 등)
②(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도) 나의 결핍(욕구)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경험의 결과라면 쓴다..


이제껏 출간한 두 권의 책은 모두 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결핍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하건대, 저는 ‘직장 부적응자’에 가까웠습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반복된 일상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관계 맺기의 피로함, 사내 정치,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쏟아져내리는 업무 폭탄 등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직무 자체는 크게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그럭저럭 버티고 또 버티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건 하나가 벌어집니다. 사무실에서 호흡곤란 증세가 온 것입니다.

동료가 불러준 119에 실려가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온몸의 근육은 뻗뻗하게 굳어갔습니다. 산소호흡기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2-3주간 병원을 오가며 온갖 종류의 검사를 다 받았습니다.

기본적인 피검사와 내시경은 물론, 뇌 CT, 심장초음파 등 해볼 수 있는 검사는 모두 다 해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정신건강의학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최종 진단은 '공황장애'였습니다. 그 후로 2년은 정말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건강염려증으로 표출되는 저의 예민함을 술안주 거리로 삼기도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저는 그런 시선 역시 많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직장생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직장생활 계속해야 하나?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저는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조직보다 일을 먼저 돌아보았고, 집단보다 사람을 먼저 보려 노력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나의 행복'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자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내 모든 판단과 의사결정의 기준은 '나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일을 할 때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기준으로 모든 일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때로는 나의 행복 추구와 조직이 요구하는 바가 가치 충돌을 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조직이 요구하는 바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거나(나만의 방식으로),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모두 '소울에 흠집'이 나지 않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소울에 한 번 흠집이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것만큼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자존심은 굽힐 수도 또 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을 포기하거나 자부심에 상처를 입으면 일을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첫 번째는 나를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책을 쓰면서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을 점검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쓰는데  HRD 담당자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훌륭한 기본 재료가 되었다면, 결핍의 경험을 통해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은 좋은 양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책을 쓰는 것은 곧 일이고, 일은 곧 책을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두 번째는 저처럼 조직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이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하면서 훌륭한 멘토가 되고자 노력한 적도 없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의 경험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고할만한 사례 정도는 되었으면 합니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아무나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책 쓰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의미없이 글을 써내려가다 보면 내가 쓴 책임에도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수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말하듯이 노래를 해라.'

'모창도 나만의 해석을 거치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닙니다만, 요약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자신만의 목소리와 색깔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신경 쓰면, 기교만 가득한 가수가 됩니다.

그것도 잘 돼야 그렇습니다.

멋지고 폼나는 가수보다 마음에 감동을 주는 가수가 더 오래 갑니다.

그것이 진짜 멋지고 폼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지고 놀라운 이야깃거리들이 넘쳐납니다.

필사를 통해 머릿속에 꼭 저장해 두고 싶을 만큼 잘 쓴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괴롭습니다. 부족한 제 글솜씨가 더 도드라져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넘쳐나는 소스들을 잘 버무려서 그럴듯한 책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볼품이 없는 글일지 몰라도 그 안에 반드시 ‘내'가 있었으면 합니다.

꼭 ‘그럴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책을 쓰는 이유이자 어줍잖은 작가로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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