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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Apr 07. 2020

글을 쓰는 이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고개만 숙여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충분히 익은 벼는 탈곡해서 나누어야 합니다.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배움’에 대한 열망입니다.

그리고 아는 것이 생기면 이를 나누길 희망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인지 고민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대화 혹은 토론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열이라면 보통은 한 두 가지 정도만  꺼내고 마는 것이죠.


그 이유를 돌아보았습니다.

첫째, 말이 많아 보일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손을 들고 싶지만, 튀어 보이는 사람이 되기는 싫은 것이죠.

둘째, 혹시 모를 말실수가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손을 들고 싶지만,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더 싫은 것이죠.

셋째,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그렇습니다. 첫째, 둘째 걱정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죠.


그럴 때면 노트북을 엽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글로 적어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글과 실랑이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글로 적는 과정을 통해서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앞뒤 없는 생각이 구조화되고 체계화됩니다.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한결 정돈되고 선명해진 생각들로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글이 나의 부족함을 담는 그릇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것만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늘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일이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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