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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Cho Aug 05. 2017

감히 꿔 본 적 조차 없는 꿈

사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도리어 성의가 없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들 내 꿈 하나 갖고 싶지 않을까. 다만 눈앞에 닥친 일들만 너무 좇아와서, 혹은 뭘 좋아하는지 아직 찾지 못해서 그 당연한 꿈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번듯한 꿈 하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유명한 "마치 평생을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라는 류의 말들은 참 멋지지만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눈 앞의 시험들을 치러내 온, 특별히 좋아하는 것 없는 두리뭉실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꿈은 남들 누구나 하나쯤 있는 그런 게 아니다


꿈을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어쩌면 보통의 우리에겐 이 축복과도 같은 꿈을 찾는 게 너무 어려운지도 모른다. 다만, 이 어려운 일 대신에 평범한 우리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게 하나는 있다. 우리 주변에 빗대서 내 미래를 어렴풋이라도 가늠해 보는 것. 쉽게 말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그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만의 '어떻게'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하나하나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내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꿈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타인의 삶에 빗대어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제각각 하는 일은 달라도 결국에는 비슷하게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삶의 모습 중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일까


내 주변 여러 가지의 삶의 모습 중 가장 깊이 뇌리에 박힌 것은 외삼촌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때까지의 내게 외삼촌은 적어도 내 주변에선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와 국내 최고의 회사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고 있던 나와 비슷한 학벌, 비슷한 전공의 인생 선배. 누군가에 빗대어 내 미래를 투영해 보기에 그만한 예가 없었다. 그런 외삼촌과 동네의 어느 돼지갈비집에서 외식을 했을 때의 일이다.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그 가게의 사장님은 외삼촌과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는데, 다 먹고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까지 바쁜 와중에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이 삼촌의 예전 직장 상사였다는 게 아닌가. 삼촌을 통해서 회식 같은 단체 손님을 유치하려고 오늘 많이 애쓴 것 같다는 삼촌의 담담한 대답이 참 서글펐다.


직장 후배와 고객님의 애매한 경계에서 존칭과 비존칭이 뒤섞이던 고깃집 사장님의 모습. 


그건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분은 분명 외삼촌이 걸었거나 아니면 내가 걷고 있던 길을 비슷하게 앞서 걸었을 테지만, 내가 이대로 그냥 흘러 흘러 30년 후에 그래야 한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그 지독한 실패(2화 참조)를 경험하던 내게 그건 너무나도 갑작스레 훅 다가온 잔인한 현실인식이었다. 그 날들의 기억들이 정말 두고두고 나의 20대를 옭아맬 만큼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이와는 반대로 내가 닮고 싶은 부러운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특이하게도 내가 두 달간 잠깐 가르쳤던 과외학생을 통해서였다. D외고 유학반이었던 그 학생은 미국 SAT(대학입학시험)의 화학 과목을 무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내게 배웠다. 밤 12시부터 시작하는 과외라니… 집 가깝고 페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유학 준비생이라는 게 신기해서, 그리고 SAT라는 것은 어떤 걸까 궁금해서 선뜻 응했다. 나는 그때까지 토익공부를 해본 적도, 해외에 나가본 적도, 심지어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는 평범한 지방의 인문계고 출신이었는데 유학 준비생이라니 신기한 마음이 앞섰다.   

이런 친구는 꿈이 뭘까. 어느 날 궁금해져서 물었는데 그 대답이 압권이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 하버드에서 정치외교를 공부하고 싶어요." 


순간, 나는 그 대답의 스케일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나는 감히 꿔 본적 조차 없는 수준의 꿈 


나보다 어린,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꿈을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구나. 솔직히 너무 부럽고 또 창피했다. 어떤 더 나은 삶을 내가 꿈꾸게 된다면 아마 나는 이런 친구들과 경쟁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뒤따랐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이 친구의 꿈의 크기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조금 더 담대해졌다.


조금 더 지나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나는 이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크게 깨달은 게 있었다. 꿈은 꿈을 꾸는 크기만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생기는 것이라고. 10을 꿈꾸면 딱 10을 이룰 만큼의 가능성이 생기고, 100을 꿈꾸면 100만큼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더 나은 꿈이 필요했다. 



"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 James D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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