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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일지

저돌적 한량

by Jeremy Yeun

강남구 줌마 차량이 되어버린 포르셰


증권사에서 PB를 10년을 한 나. 서초 청담 도곡이었으니 많은 부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재산이 1조 인 도곡지점 고객이 있었는데 수수하게 반바지에 반팔에 슬리퍼를 신고 오전에 PB룸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사업보고서 출력해서 보다가 점심은 댁에 가셔 서서 요리사의 음식을 드시든 "연대리 어디 어디 좀 가지" 하면서 파인 다이닝이라는 데나 핫한 곳에서 소위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땐 차가 중형 세단이라 모시고 갈 수 있었지. 자녀들도 있었는데 말투를 보면서 아... 준재벌 말투가 저렇구나... 어른들에게 ㅇㅇㅇ씨라고 꼭 씨를 붙였;;; 10년 전쯤엔가 자기는 대중교통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던 테헤란로에 빌딩만 8 채 있다던 소개팅녀가 생각이 났다. 솔직히 내 페친들은 대체로 소시민들이라 아무리 럭셔리한 척을 해도 그냥.... ^^ 대체로는 귀여운 편이다. 암튼 그 분과 3년을 같이 있었으니 책 한 권, 혹은 유튜버였으면 찍을게 상당히 많았을 듯 ㅋㅋㅋ 찍히는 건 안 좋아해도 찍어주고 노는 건 좋아하셔서 나 잘 찍어주셨을 거다. 실제로 그 당시 포스팅 중 많은 사진들이 그분 것들이지 ㅎㅎㅎ 아마존에서 이따금 재미난 거 사서 주시기도 하고 내가 중고로 처분해드린 것도 종종 있었다. 미국 최고의 공대 박사 출신이면서 당시에 이미 아마존 수익이 80배 정도였. 사실 그분 대화 중 버핏은 물론 레이 달리오나 드렁큰 밀러 등 투자 구루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했다. 늘 댁에서 그들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보는 분이었고 담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손님한테 많이 배웠지.


암튼 간에 서두가 길었는데 그분과 빠이를 한 것이 2017년 본사 발령이 났을 때였다. 그분은 포르셰를 몇 대 가지고 계셨는데 대체로 와이프가 장보기용이나 아이들 학원 라이드 용도로 쓰셨는데 차가 작고 주차하기가 편하다는 이야기. 아... 그래서 나는 포르셰를 경차로 봤고 본사 가고 2년 뒤에 잠시 탈 요량으로 중고 911을 사고도 경차라고 했다. 당근 거래를 하면 거기 하얀색 경차요 하면 만나서 피식 웃곤 하더만. 그렇게 남자의 자동차 포르셰를 줌마용으로 쓰는 분들이 위층에는 있었는데 그 이후로도 집값이 오르면서 서민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부가 부를 낳으면서 길거리에는 포르셰가 쌓이기 시작한다. 이제 벤츠 비엠 아우디는 그냥 흔히 보는 차, 주변에서 3사 차량이 아닌 다른 차를 사면 왜 저걸 샀지?라고 할 정도로 범용화가 된 것도 사실. 벤츠 핸들 로고로 인증 같은 것을 보면 아... 쟤는 벤츠를 자랑하는 수준이라 부 자체보다 생각 자체가 아직 올드 마인드구나... 하게 되는 것도 주변 분위기. 그래서 아무도 벤츠는 주변 지인들은 인증샷을 올리진 않는 것 같다. 사실 운전대 인증샷 자체가 촌스러워 아무도 안 올리는 분위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신차 뽑았을 때 정도라면 애교로 봐준다. 핸들의 비닐 떼는건 의미가 있으니까.


또 이야기가 길었는데.... 포르셰가 점점 줌마용 차가 되어가는 것이 참 안타까운 1인으로... 정말 많은 줌마들이 포르셰를 뽑아대고 있다. 포르셰 장점이 편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포츠카인데 그 장점에 '남들과 다르게'라는 가치를 들이대어 줌마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8년 전쯤엔가 비엠을 뽑았을 때 이후로 여기저기서 비엠이 우후죽순 늘어났는데 줌마들의 포르셰 점령은 참... 씁쓸하다. 그렇다고 다른 차량으로 가기에는 범용성이 너무 떨어지고 이제 세계여행을 앞둔 상황에서 차를 바꾸는 것도 낭비이기도 하고. 가만있어도 돈이 술술 나가 정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니. 카이엔이 더 잘 팔리는 이유도 애들 라이드하고 마트가기에 제격이기도 하지. 시야도 좋고.


청담동 일대에는 근래 정말 많이 보이는 것이 이제 롤스로이스다. 한 블록을 걷다 보면 서너 대씩 보일 정도까지 되었다. 예전엔 흔치 않았던 차량인데 심지어 요즘은 컬러도 정말 많이 젊어졌다. 포르셰를 몰던 이들이 차를 버리고 절루 가는가 싶지만 그건 또 아니다. 포르셰를 몰던 사람은 아직 허리도 싱싱하고 더 스포츠카의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르셰는 와이프나 아이들에게 줘버리고 롤스로 간 것인가... 벤틀리도 아니다. 벤틀리가 눈에 탁 뜨이는 차량인데도 확 늘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아예 초럭셔리로 가버린 모양이다. 벤틀리도 상당히 비싼 차량에 속하지만 롤스보다는 1~2억 정도는 평균적으로 싸다.


그래서 요즘 참 씁쓸하기는 하다. 한국에서 점점 이미지가 변질되는 듯한 포르셰. 수년 전 도곡동 손님의 그 상류층 트렌드가 강남구 줌마들에게 퍼졌는데 이건 또 몇 년 시차를 두고 전국으로 퍼지더라. 범용화 된다는 것은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내 포르셰 판매사의 대주주인 말레이시아 화교 레이싱 홍 배만 부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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