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의 주식투자의 여정
벤 버냉키 - 행동하는 용기
작년에 읽고 우리 방을 통하여 또다시 읽게 되었네요. 2번째다 보니 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벤 버냉키의 본명이 Ben Shalom Bernanke입니다. 중간에 샬롬 Shalom은 히브리어로 안녕이라는 인사입니다. '평화'.'안전'.'평안'라는 말이 본 뜻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나오는 그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들을 보면 화목한 가정에서 따뜻한 인품을 지닌 사람으로 보입니다. 물론 본인의 자서전이니 미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적어도 언론상에서 접한 그의 모습과 정책 방향을 보면 그의 이름처럼 온건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흑인 maid가 몸이 쇠해 일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의 부모님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했다는 이야기는 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유대인이지만 극렬한 유대 교육에는 흥미를 갖지 않았고 백인 소도시에서 자랐지만 흑인들보다 덜 차별받았지만 그래도 유대인으로서의 차별 이야기도 나옵니다. 70년대까지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소도시 딜런은 그런 분위기였군요.
사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그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버냉키가 정말 몰라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그 위치에 있다 보니 혼란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열심히 고민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모두 가난해지는 그 시절 수 킬로미터나 늘어져 있는 푸드 스탬프 행렬을 보면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반대와 우려에도 소방수처럼 고압의 물을 쏘듯 돈을 뿌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지만 예외도 있게 마련입니다. 연준은 일반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주지하시듯 돈을 쐈습니다. 만약 AIG가 그대로 무너졌으면 현재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러한 예외의 적용에 아무도 고맙다 표현하지 않을 거라 말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의 행동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거라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대학교수 출신이던 그답게 폴 볼커나 그린스펀에 비해 많은 경제이론들이 등장하지만 그 경제이론을 초월하여 그의 행동은 대체로 정당화되긴 합니다. 일부에서는 지원 자금이 실물경제보다 주식시장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푸드스탬프를 받던 기나긴 줄은 사라졌습니다. 낙수효과가 없진 않은 셈입니다.
덧붙여 이러한 완화적 정책에 의문을 던진 다른 국가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정책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아베 신조가 등장한 2011년쯤 그러니까 4년 뒤에 3개의 화살을 쐈고 유럽은 2015년도쯤에 마리오 드라기가 이 정책을 썼습니다. 8년이나 늦은 것이죠. 오랜 연구와 적용이 빛을 발했습니다. 모두가 버냉키의 정책에 빚을 졌죠. 근본적으로는 밀턴 프리드만에게 신세를 졌죠.
이후 강력한 시중은행을 향한 정책을 펼쳤고 이는 후임 옐런 의장이 들어서면서 완성이 되었습니다. 작년과 같은 굉장히 날카롭고 급직적인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하여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만약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겼다면 지금의 미국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금융정책의 여러 가지 방법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를 통해 미국 경제와 연준을 이해하는데 큰 그림을 그리고 감을 잡으셨으리라 봅니다.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읽고 나면 한번 더 봤으면 싶기도 하실 겁니다. 이 정도의 감을 잡으면 신문기사나 리포트를 보는데도 넓은 배경지식으로 이해가 깊고 빠르실 거라 봅니다. 덧붙여 편파적인 경제기사나 방향이 잘못된 리포트를 꼬집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는 올바른 판단으로 투자의 맥을 짚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대공황 전문가가 때마침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을 잘 마무리했던 스토리를 이번 팬데믹 이벤트를 통해 무제한 풀린 양적완화의 거품을 테이퍼링 및 타이트닝 하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이 책을 권해드렸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그린스펀의 책도 추천을 드리고 싶긴 합니다만 절판 및 가격이 많이 올라 권하기 쉽지 않음이 안타깝긴 합니다. 모두 두꺼운 책이라 글자 그대로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긴 합니다. 2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