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70개 도시의 여정
터키 그리스 한 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만 km 정도를 운전하면서 느낀 여정을 이곳에서도 '독거 여행일지'라는 다소 투박한 내용으로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은 영상을 만드는대로 도시별 데일리 글을 올릴 예정이고 이번 편은 터키 2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아테네 공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작성을 하였습니다. 터키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 바랍니다.
터키를 떠나며
지난 10/8~11/1 장장 7200km를 달려 터키라는 한국의 8배 되는 영토를 달렸다. 늘 해외를 로드트립 하지만 이번 여행은 장기 여행인 데다가 촬영을 동반하는 여행이라 좀 힘든 부분이 있었다. 매일 촬영 일정에 따라 호텔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고 중간중간에 사고도 잦았다. 특히 앙카라에서 드론이 추락한 이후 총 4번의 추락이 있었고 에어 맵에서 드론을 날려도 가능한 구간이라는 표시가 나와도 불신하기 시작했다. 개에게 물린 이삭 파샤도 드론 가능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물려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2주가 넘은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태는 좋지 못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요오드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반창고나 탈지면으로 보호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게 잘 아물지 않고 고름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그냥 정상적인 개에게 물린 것 같지는 않다. 덧붙여 아다나에서 얼굴을 다친 것은 정말...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느는 것은 '침착'이라서 동요되지는 않았고 그냥 일단 쉬면서 추이를 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남은 일정 촬영을 못하면 어쩌나 싶었. 지금도 촬영한 장면들을 보면 얼굴의 상처가 도드라져 보여서 걱정은 된다. 이제 절반은 살아서 누구에게 잘 보일 것도 없긴 하지만 흉이 남으면 휴... 남은 평생 터키에서의 안 좋은 기억을 매일 떠올릴 것이 좋진 않다. 혹자는 고생한 것 다 추억으로 남겠죠 라고들 하지만 대체로 내가 고생을 힘들게 많이 해보면 고생은 추억보다는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많다. 개에게 물리기 전까지는 길거리 개들이 귀여웠지만 이제는 개가 보이면 좀 움츠려 든다. 특히 터키에서는 길가에 큰 개들이 엄청 널려있는데 너무 큰 개들이 짖으면서 다니면 진짜 나는 두려움이다. 예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앙카라 추락 때는 동네 아이들 여럿이 지붕을 타고 다니면서 찾아줘서 사례를 했고 투즈 호수에서는 40대 들어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가서 찾은 적은 없었다. 에르주룸에서의 갑작스러운 불시착은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 수명이 쭉쭉쭉 단축되었다.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광활한 하늘과 지평선을 보고 달릴 때였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참 아쉬웠다. 고프로야 개인용이고 20mm 소니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도 한계가 있다. 조금 후회가 되는 것은 가끔은 차를 멈추고 드론을 날렸어야 했는데 좋은 스폿을 날린 것도 아쉽긴 하다. 모든 것을 한 달이라는 일정에 두 나라를 집어넣은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다시 촬영 일정을 잡는다고 해도 똑같이 하긴 할 것 같다. 한 달 이상 집을 비울 수는 없었다.
암튼 3140장의 사진과 3.5TB의 영상이 남겨졌다. 정리를 하면 줄일 수 있겠지만 일단 이제는 남은 그리스 일정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국 떠난 지 24일이 지나서 그리스 스터디한 것들이 정신없는 일정 속에서 다 사라진 것 같다. 그러기에는 이제 그리스로 떠나는 비행 이륙 시간이 30분 남아서 또 촉박하지만.
샤프란 볼루 : 도시 전체가 아름다웠다. 첫 도시이기도 했고 2년 만에 찾은 유럽 도시의 전형이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밤에 드론을 날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상이 최고의 드론 영상이 된 것 같다. 이때는 정말 용감하게 드론을 날렸다. 며칠 대략 10만 원대 온수 풀장 딸린 숙소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쉬고 싶은 곳이다.
앙카라(수멜라 수녀원) : 일단 첫 드론 추락 지로만 생각난다. 동네 아이들 8명을 동원해서 미친 듯이 찾았다. 어디 지붕에서 찾아내어 가지고 오더라.. 그리고 드라이빙 영상을 아침에 힘겹게 찍었다. 너무 오래전이고 많은 일들이 있어서 앙카라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드론 추락의 트라우마를 딛고 수멜라에서 다시 비행에 성공한 것은 큰 기억이 남는다. 히치하이킹 아닌 히치하이킹을 하여 수멜라까지 당도한 것도 기억에 남고. 앙카라 여행이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는데 기억은 수멜라만 기억난다. 내부의 프레스코화가 인상이 깊었다.
아마 시야 : 1박 2일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픈 낭만적인 마을이었다. 야경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 것이다. 전통가옥에서의 숙박도 인상 깊었다. 조식을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먹었다. 트라브존으로 가는 동안 마주한 흑해 해안도로의 아름다움도 생각난다. 흑색이 아니더라...
트라브존 : 도착하자마자 내가 숙소를 잘못 예약했다는 것을 알았다. 5일 뒤에 도착할 카르스 숙소를 이날로 잡았으니. 바로 전화를 했지만 영어 되는 사람이 없어서 몇 번 통화 후 겨우 날짜를 옮겼고 당일 숙박은 정말 좋은 가성비에 예약. 명동과 같은 도심이 무척 즐거웠던 곳이었다. 오즈모로 첫 드라이빙 영상을 찍었다. 왜 걷기 영상을 안 찍었을까. 고프로로 찍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변화무쌍한 도로 흐름이 유난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남산 같은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울산 느낌의 도시도 생각난다.
에르주룸 : 동부에서 가장 추운 곳. 그리고 여기 중국이야? ㅋㅋㅋ 싶을 정도로 중국 지방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라 반가웠다. 향수를 자극하니까. 15년 전의 중국 지방도시 느낌은 숙소에서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담날 아침 가보니 정말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이었다. 3개의 무덤과 여러 모스크들 그리고 중세의 대학들(마르 마사였나)의 아름다움. 1시간 일찍 방문했는데 들어와서 보라고 해서 프라이빗 투어처럼 했던 기억도 있었고 양털을 말리는 모습을 찍고 있으니 회사 대표가 와서 둘러보라는 말에 1시간 넘게 잡혀서 ㅋ 촬영하고 촬영당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도 좋은 기억이었다. 국경지역 분들은 참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아.. 아침에 뜬 보라색 일출에 뛰어나가 드론을 날렸다가 어디론가 추락해버려서 눈이 또 뒤집혔던 기억. 두 번째 추락. 정말 운 좋게 찾아낸 것.
카르스(아니 유적지) 이 도시는 예정에는 없었지만 숙박을 했다. 도우 베야 짓 가는 것이 일정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정이 이때까지 반나절씩 밀렸다. 카르스는 뭔가 더 알아보고 싶었는데 성채만 본 것이 아쉽다. 아니 유적지의 석양은 내 인생에 남을 멋진 석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무도 살지 않는 접경지역, 저 세상 끝에서의 석양 같은, 그리고 아라랏산의 석양은 꼭 저 너머에 천국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때 드론을 날린 것이 아마 아르메니아 국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처음엔 군인이 나에게 왔고 나중에는 총을 든 군인 둘이 나에게 왔다. 드론 가능지역이라 이륙도 가능했고(불가 지역이면 이륙 자체가 안됨) 매표소 직원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었;;;; 모든 사건은 다 촬영이 되었다.
도우 베야 짓(이삭 파샤) 역시 드론이 문제구나. 새벽 5시 40분에 도착한 이삭 파샤 궁전은 굳게 문이 닫혀있었고 춥지만 한번 날려 본 드론은 앙카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컨트롤을 전혀 먹지 않고 어디론가 추락해버렸다. 7시 40분에 찾을 때까지 거의 2시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목동이 모는 개에 물린 것이다. 개들이 짖을 때 다가가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에는 별로 상처도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오더라. 지인인 의사 두 명에게 물으니 다들 백신이 급하다는 말에 결국 병원을 찍고 갔다. 첫 번째 병원은 구글맵과 다르게 오픈이 9시였고 다른 15킬로 떨어진 큰 병원으로 가서야 백신을 양 어깨에 두방을 맞았다. 그 뒤로 3번 더 맞아야 하는데 흐지부지 되었다. 한국 가서 마저 맞아야겠다. 이 사건으로 이후에 그래도 즐겁게 지내보려고 예약했던 수영장 딸린 호텔들은 패스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구경만 했다. 안탈리아와 페티예의 바다가 참 아쉽다.
반호 : 노아의 방주와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그냥 7시간을 논스톱으로 마르딘으로 가려고 했다. 반호는 좋은 휴양도시였지만 몸상태가 컨디션을 좌우했다. 결국 공원에서 기절을 했고... 글로리아 커피에서 카페인 충전을 하고 다시 힘겹게 마르딘으로 갔다. 반호가 이쁘다는데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가장 긴 길이가 500km라고 하니. 길긴 길더라. 계속 가도 나왔다.
마르딘 : 정말 보석 같은 도시. 마르딘에서 좋은 숙소와 함께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마르딘은 고대와 중세에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내려다보는 좋은 위치에 번성했던 도시고 이때부터 유러피안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밤에 이 골목들의 중동 휴양지스러운 이국적인 아름다움은 터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으로는 마르딘과 카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야르 바키르 : 큐르드족에 대한 관심이 많다. 뭔가 우리랑 비슷한 운명의 민족이었으나 잘... 안 풀렸다. 여기는 테러도 그렇고 조심하라고 했지만 큐르드족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약국을 처음 갈 때도 많이 도와줬고 돌궐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에 역시 무성한 이야기들보다는 가봐야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여기서 5만 원짜리 힐튼에서 잠을 잤고 내 샤워 파우치를 잃어버려 고생을 하고 있다. 아마 한국 가기 전까지는 고생을 좀 할 듯. 도대체 얘네들은 혀 주걱을 안 쓰는 건가... 아, 스벅은 아닌데 스벅 원두를 쓰고 우리는 스벅을 지향한다는 커피숍도 기억이 난다 커피 두 잔 다 만족스러웠다.
넴루트 산 : 갈까 말까 하다가 갔는데 기이한 고대의 유적지가 매혹적이었다. 자차가 없으면 불가능한 곳이기도. 중동과 이집트에 대한 동경이 점점 짙어졌다.
산르우르파 : 가장 터키에서 기이한 도시라고 해야 하나. 나는 여기가 인도인 줄 알았다.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들은 미어터졌다. 아브라함 출생지이자 욥이 활동하던 곳. 그래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다 성지로 여기는 곳. 좀 더 지켜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다. 가다가 한국말을 걸어서 즐겁게 대화했던 고등학생 대학생이 떠오른다. 잘살겠지. 대학은 붙었는지 모르겠다.
가지엔테프 : 오후에 잠시 머물렀던 곳. 음식의 고장이라 하는데 좀 바가지를 당한 느낌의 50 리라짜리 조식. 그러나 베이란을 포장해서 나와서 아다나에서 맛있게 먹었다. 잘 정돈된 시내가 기억에 남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성채에 안 올라가서 그런가.
아다나 : 바로 아다나로 이동. 아다나부터는 뭔가 현대의 도시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슬람의 색채도 옅어지기 시작했고 도시로서의 포스가 점점 느껴졌다. 이 도시는 그 미사일 발사될 것만 같은 모스크가 핵심이었는데 급한 일정 상 길가 쓰레기통에 차에 넘치는 쓰레기를 버리고 얼굴을 돌리는 순간 낮은 높이의 교통 표지만에 얼굴을 가격 당했고 얼굴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얼굴로 촬영해야 한다고 아다나 모스크까지 들어가서 영상을 촬영하고 바로 이비스 아다나로 갔다. 모든 일정은 취소. 하필 일요일이라 약국도 문을 닫았다. 카운터에서 약을 좀 주나 했는데 반창고 하나 준다. 개에 물린 곳 약을 좀 발랐고 요오드 소독도 했다. 흉이 안 져야 할 텐데. 그리고는 아늑한 이비스 호텔에서 좀 안정을 취하려고 노력을 했다. 테이블도 있고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조식도 훌륭했다.
카파도키아(이 흘라 계곡) 카파도키아의 마이홈 호텔. 여기서 정말 따뜻한 호스트와 사람들을 만나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2박을 했던 호텔이기도 했다.
Lake Tuz Meke Lake 투즈는 소금 호수다. 딱히 별 느낌은 없었다. 역시 우유니밖에 없는 것인가... 여기서 드론 세 번째 추락. 최근 10년간 이렇게 달음질을 한 적이 있던가...
콘야 : 세마 의식을 못 본 것이 가장 아쉽다. 탱고처럼 내가 매혹적으로 빠질 춤사위인데 일요일 저녁만 공연, 내가 목요일에 갔으니 택도 없었다. 이스탄불에서도 공연장이 몇 곳 있는데 당일 티켓 매수는 불가, 이미 인터넷으로 매진되어 인기를 실감했다. 콘야의 거리에서 드디어 선크림도 사고 버거킹에서 버거 먹다가 사람들이 와서 유튜브 채널 물어갔던 기억. 약간 모스크바스러운 동구권 느낌에 도시적인 세련됨도 느꼈다. 처음이자 마지막 마사지도 받았는데 너무 약해서 이후로 터키에서는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 160리라 정도의 스웨디쉬 마사지니 2만 원 정도 했던 듯. 보수적인 동네라는데 번화가에서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도심 한가운데에 모스크와 하맘이 있어서 약간 그런 풍은 있었다.
안탈리아 : 기대했던 도시고 2박을 했던 도시. 이태리의 지배를 받아서 유적이 남아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처음 도착 후 첫 호텔인 라라 비치에 있는 라라 호텔의 지중해 뷰가 너무 좋아서 발코니 창문을 열어놓고 잤던 황홀한 밤이었다. 열어도 춥지 않다는 이야기. 곧 낮에는 덥다는 이야기. 물론 모기 한 마리 없어서 정말 청량함이 좋았던 기억. 그리고 일출 때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안탈리아를 네이버에 치면 안탈리아 부동산이 나올 정도로 이미 한국인들은 아는 사람들끼리는 정평이 난 곳이기도 했다. 도시이고 휴양지인데 럭셔리함도 있고 하여 돈 많은 이들이 좀 사는 동네 같았다. 특히 해안가를 따라서 중심부에서 라라 호텔까지 가는 길은 서유럽 어느 부촌의 느낌의 상업시설들이 이어졌다. 명품샵이나 부띠끄 그리고 세련된 조명 등등. 이래서 처음에는 터키에서 산다면 안탈리아겠구나 싶었다. 뭔가 청담동처럼 안정감이 느껴졌다. 도심의 관광 번화가의 요트 촌등도 구경하기 좋았고 걷기 영상을 찍었다. 드라이빙 영상까지 다 찍었다. 이틀이 풍족했다.
카쉬 :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는 여러 도시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다시 가고픈 도시라고 하면 카쉬와 마르딘을 꼽을 수 있다. 유럽 올드시티의 아름다움과 지금 내 페북 프사를 점령한 곳이다. 1박을 했어야 했는데 왜 페티예에서 2박을 했었을까? 너무 아름답게 반짝이고 사람들의 즐기는 밤 분위기도 좋았다. 내 생애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페티예 : 패러글라이딩의 성지이다. 서유럽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13 아일랜드를 도는 투어도 있고 여러 도시를 돌다 보니 많이 리서치를 못했지만 13 아일랜드 티켓이 매진되어 프라이빗 요트투어를 선택했는데 같이 탄 사람이 보스니아 출신 미국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 달 넘게 페티예의 머물고 있었는데 알려져 있는 곳들 뿐만 아니라 여러 곳들을 페티예 인근에 있는 곳으로 여행하고 있어서 이것도 한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대체로 단층짜리 건물에 정말 많은 요트가 모여있는 100% 휴양지였다. 섬이 몇 개가 있었는데 고급스러운 집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이스탄불의 부호들의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 타면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니 나쁘지 않은 선택.
파묵칼레(데니즐리) :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 모두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워낙 상업화되고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하지만 카파도키아는 기대보다 좋았고 파묵칼레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흰돌들이 밝게 반짝여서 아름다웠고 무엇보다도 인위적이긴 하지만 온수 물이 나오는 곳은 따땃하니 좋더라. 개에게 물린 상처만 아니면 정말 물에 풍덩 빠져서 즐겼을 텐데 말이다. 특히 위에 ancient pool이었나... 거기는 정말 유럽의 노천탕 느낌이라 이국적이긴 하더라. 다녀온 분들이 거기 꼭 가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그 위에 고대 로마 유적들 중에서는 원형경기장 자체도 최대 크기라 웅장했지만 거기서 보는 뷰도 멋졌다. 이곳은 입장료가 120리라로 터키 최대였음. 전혀 아깝지 않았음.
셀추크 : 정말 과거의 샐 주크 투르크의 영광은 어디 갔는지 참 아쉬웠던 곳이었다. 하지만 에페스 유적지는 그리스의 델피보다 훨씬 아름답고 웅장하고 복원이 잘되었어서 입장료 120리라가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한국어 가이드는 꼭 챙겨가시길. 70리라 추가인데 들으면서 산책하는 기분이 청량했다. 11월이 터키 여행하기 가장 좋다는데 사람도 붐비지 않고 시원했다. 아침 8시 되자마자 일타로 들어가서 셀수스 도서관과 원형경기장 같은 메인부터 빠르고 보고 사진 찍고 나왔는데 그 사이에 패키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개인 사진 찍으려다가 단체 사진 찍을 뻔했다. 도착 첫날 숙소 앞 커피숍에서 젊은 친구들과의 대화가 기억이 나는데 참... 터키인들은 어디나 따뜻했다. 시골이라 더 그랬을 수도.
이즈미르(베르가마) : 터키 3대 도시이고 현대차 공장이 있는 곳이다. 점점 현기차들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 그리고 수도에 가까울수록 경찰들이 늘어나고 교통단속도 심해진다. 오랜만에 서유럽 도시에 온 느낌이라 좋더라. 주차는 좀 힘들었지만 바닷가에 접한 대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도시라고 그런지 에게해의 바다치 고는 깨끗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쓰레기기 날리는 것은 아니었다. 딱히 별 관광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번화가와 해안가를 거는 코스였다. 케밥과 아이란 맛이 좋았는데 도시에 가까울수록 신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탈리아보다 여기가 더 살기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뭔가 필요한 것들이 다 근방에 있어서. 역시 나는 도시 체질이구나. / 베르가마는 정말 오랜만에 완전 국경 지대스러운 시골에 도착한 기분. 이제 이런데는 넘 많이 봤구나 싶긴 했다. 산 정상에 있는 제우스 신전인가... 일몰 즈음이라 뽀대는 나는데 무조건 케이블카를 타야 하고 어차피 다 잔해밖에 없을 텐데 거대한 에페스 유적지를 보고 온지라 패스했다.
차나칼레(트로이) : 숙소를 못 구해서 노숙했던 곳. 거대란 리조트에 나 혼자 자고 나 혼자 조식을 해서 무서웠던 곳. 아침에 트로이 목마를 보러 가서 대박 실망했던 곳. 차나칼레 시내에 대한 기억은 이상하게도 없다.
부르사 : 한때 수도이기도 했던 터키 제2의 도시. 관광으로는 유명하지 않은 도시인데 도심은 한번 가볼만하고 교외도시들이 가볼 만한 곳들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음식점을 두 번이나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도 한국의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좀 있어서 한국인들이 조금 있다고 들었다.
이스탄불 : 드디어 입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 터키는 모든 도시들이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신기함이 있는데 이스탄불은 뭐랄까... 그냥 뉴욕 같았다. 1500만 명이 사는 거대도시였고 진입부터 터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거대 고층 빌딩들이 하나 둘 나오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랬다. 마르마라 해를 감싸고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운치 있는 모습은 예상대로 세계 3대 항구에 도전을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터키라는 나라의 지명도와 유럽의 견제 덕분에 빠져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거기에 나폴리 따위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다. 홍콩에도 밀릴 듯. 4박 3일을 했는데 아시안 지구는 가보진 못했고 유럽지구에만 있었던 아쉬움도 있었다. 이때 체력이 완전 바닥이 났었기 때문.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은 거의 다했는데 드론을 날리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긴 하다. 여행하면서 4번이나 추락해서...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은 날려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터키 친구의 도움으로 저녁에 두 군데 좋은 저녁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거기도 좋았지만 정말 인스타에 나올법한 멋진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내가 가려던 곳들을 죄다 못 갔지만 이스탄불은 정말 일주일 이상 머물면서 경험해도 좋을 곳들이었다. 이마 한 달 가까이 터키에 있었기 때문에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를 식상했고... 하지만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장소들이기도 했다. 차와 비누 등등은 정말 많이 사 오고 싶었으니 이미 캐리어에 짐이 많아서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 이번 여행에서는 하나도 사 오질 못했다. 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짝퉁시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랜드 바자르는 짝퉁 천국이었다. 박음질 상태들은 별로였고... 그나마 괜찮은 것들은 몇십만 원 정도 해서 그냥 근방에 비아 포트 아웃렛을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 다음에 터키에 오면 캐리어에 옷은 없고 카메라 장비만 챙겨서 올 것 같다. 비아 포트에서 싹쓸이하여 한국 올 생각. 그런 날이 올까?
사진은 여정의 절반까지만 올릴 수밖에 없어 아쉽습니다.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