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독거의 요즘 - 올해 처음으로 올리는 브런치, 아직 작가 대열에서 안 잘렸군요. 헤드라인을 보니 38세 증권사 싱글남은 -> 39세 증권사 싱글남으로... 오래간만에 일상을 나눕니다. 30대 후반의 연애사.
10년간 증권사 지점에서 영업을 하다가 여의도 본사 오고 반년 동안 7개의 소개팅이 만남도 없이 꽃도 못 피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매일 녹초가 되어 9시 10시 11시 퇴근하고 주말까지 출근하니(근래는 나아졌지만) 평일엔 아예 약속조차 못 잡고 주말밖에 없는데 결정적으로 서로 일정이 안 맞게 된다. 어떨 땐 내가 주말 내내 약속이 없을 때 상대는 결혼식이며 가족 모임 여행 등등 일정이 있다. 나 역시도 올해 주말 끼고 해외여행만 3번 다녀왔고(바람쐬로 주말 1박 2일 홍콩이 두번) 주말 출근이 잦았으니 할 말은 없다.
근무시간에는 페북은 물론 카톡도 할 시간이 없으니 서로 카톡 대화를 하기도 힘들다. 내가 바쁠 때도 있고 상대도 그렇고. 원래 30대 직딩들은 다들 바쁜 모양. 나이가 들수록 카톡질이 귀찮은가 보다. 남자나 여자나. 전화는 한 달에 한 20분 정도 할 정도로 잘 안 하고... 뭐 만나기도 전에 전화하는 경우는 잘 없지.
30대 중반이 꺾인 남녀 싱글들은 연애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안정적인 현재 직장생활과 평화로운 일상이 만족스럽다. 30대 초반에 뭔가 쫓기는듯한 생활과는 다르다. 그때보다야 잔고도 늘고 직장에서 위치도 좀 올라와 막내로서의 피곤한 일상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났을 테니.
그래서 요즘 30대 초중반 여성들은 '연애는 감정 낭비'이며 소득과 잔고를 올리는데 더 집중한다는 경우를 '참' '많이' 본다. 여성들은 결혼으로 좋은 조건의 남성을 만나 일상이 한 단계 레벨업 되는 '익스프레스 티켓'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부럽)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싶지 않다는 심리와 인스타 등 SNS를 통해 만만해 보이는 이들이 부를 이룬 것을 보니 자극이 되어 그런 것도 있어 보인다. 물론 갈길은 멀어 보인다.
여권이 향상되면서 더 이상 남성에게 기대고 싶지 않고 결혼생활이라는 간섭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이 더 해야 할 몫이 있기 마련이다. 가정보다 일을 택했으니 아직도 무한 경쟁에 가까운 사회에서 혼자의 힘으로 경쟁을 해야한다. 그래서 연애는 피곤한 것이다.
서른, 영어를 시작해볼까?라는 블로거가 20년 전에 있었다. 이제 갓 20대였던 나는 30대가 되면 좀 더 여유가 생기고 공부나 슬슬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나보다 싶었는데 나의 30대는 엄청나게 치열했다. 40을 코앞에 두고도 이렇다니... 전혀 예상 밖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사는 게 나의 팔자인가 싶기도 하고 그것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직딩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하니 나의 불평도 그냥 배부른 소리인지도 모른다.
지난 2월 설 연휴 11일간 동티베트를 다니면서 여행 내내 끊임없이 '만약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항상 생각만 많고 지르지는 못하는 듯싶다. 안주라는 달콤한 유혹과 도전이라는 기득권 포기 앞에 나는 항상 두 손을 든다.
사표가 용기로 대접받던 것이 작년까지였다. 많은 책들, 블로거들이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낙향...' 같은 프레이즈로 강의를 하고 책을 팔아댔다. 나도 몇 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막상 때려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철저히 준비한 사람들이 살아남는데 준비된 것이 1도 없는 나를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곤층이 되기 쉽다.
이렇게 세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객기를 강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욜로가 대표적이었다. 욜로 하다가 정말 골로 가기 쉽다. 이 말도 내가 처음 한 듯싶은데 신문 기사 헤드라인에 떴더라 ㅎㅎㅎ
연애를 이야기하다가 욜로까지 왔다. 이제 연애를 내려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독거는 과연 언제쯤 연애계(?)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분명히 연애를 해야 사람이 멘탈리, 피지컬리 밸런스 잡힌 삶을 살 텐데 독거인들에게 싱글은 좋지 않다. 노처녀 노총각 히스테리의 발원은 바로 노연애 욕구불만 싱글들이니까... 기혼들 중에도 괴팍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넘치는데 독거인이 연애까지 안 한다면... B사감과 러브레터에도 이유가 다 있다.
그나저나 정말 연애하고픈게 많은지 나 자신에게 묻고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귀차니즘이 활활 타오른다. 혼자가 무척 편하니 약속 잡는 게 귀찮아지고 그렇다고 주말에 혼자 주욱 있자니 가끔 적적 할 때도 있고... 나이가 들면 이게 외로움으로 갈 텐데 그전에 손을 써야 한다. 이런 독거움은 기혼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연배 있는 독거들이 흔히 겪고 있는 증상 이리라...
하지만 모른다. 인연이 어디서 휙(out of thin air) 나올지도, 그래서 불 같은 사랑을 할지도. 왜 그 40대 50대 분들의 사랑은 엄청 뜨겁게 활활 타오르잖아? 그게 불륜일 때가 많아 아쉽긴 하지만 ㅎㅎㅎ 곧 연애세포는 죽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라고, 재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30대 끝자락인 독거는 아직 독거노인 반열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죽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어느 부장님이 노래방에서 곧잘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내게도 사랑이 오오오 온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 뿌우 운이라고 오오~~~' - 함중아 내게도 사랑이 (1980년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