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일지

40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by Jeremy Yeun


2년 전 브런치에 '남자 30대 후반의 사랑'을(https://brunch.co.kr/@jeremyyeun/33#_=_) 연재했고 이제 '남자 40대 초반의 사랑'을 게재하고자 한다. 2년 만이다.



DSC_2332.jpg 에딘버러 영국 2016

1. 40대 싱글이 되면 연애에 그렇게 목매지 않는다. 사랑보다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의 달콤함도 느끼고 있고 회사를 다닌 기간보다는 다닐 기간이 짧다. 누군가는 더 오래 다니기 위해 일을 중심으로 놓을 것이고 누군가는 빨리 잘 그만두기 위해 '딴일'에 신경을 쓸 것이다. 그래서 연애도 일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2. 만나는 상대도 적당하게 비슷하면 좋고 편하다. 밀당이 오면 흥미가 없다. 나에게 호감이 없으면 밀당도 없겠지만 이 나이에 밀당은 성의 없고 알맹이 없는 호감 표시라 그렇다. 밀당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한가해 보이나.... 이는 간을 본다는 말과 동격이다. 괜찮은 이성에게는 누구에게 집중을 하지 밀당하지 않는다. 괜찮다는 조건에 들어가는 친구들은 학벌이나 가방끈, 연봉 그리고 매력도가 높은 편이 사실이다. (아마 이점은 여자들이 남자를 볼 때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일 것이다. 특히 학벌은 안정감을 준다.) 밀당을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어장관리로 남자를 잘 고르려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존감이 있고 능력이 있는 여성들은 밀당할 겨를도 생각도 없다. 여성이 밀당을 보이면 본능적으로 남자들은 당기지 않고 밀어버리기도 한다. 이미 30대 후반에서부터 그렇게 된다.


3.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남자도 많은 소개팅이나 연애 경험을 통해 여자들을 본능적으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개의 차이가 있겠지만 여자들 같은 경우는 남자들보다 패턴화가 쉬운 게 크게 어떠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자라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부모의 감독하에서 정해진 초중고대를 나와서 취직을 하는데 크게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데다 동년배 집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게 된다. 팔짱을 끼고 화장실을 가던 친구들은 커서 맛집과 갤러리를 다니고 인스타를 하고 나중에 애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미용실에서 수다를 떨곤 한다. {요즘은 그 자리를 커피숍이 대신했지만.) 아무튼 어느 정도 패턴이 파악이 된 남자들은 연애에 있어서 그렇게 큰 기대나 즐거움을 찾진 않는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서 줄 것 같던 20대 남자와 뭔가 생각에 잠긴듯한 40대 남자는 확연히 다르다.



DSC_4849.jpg 로마 이탈리아 2017


4. 30대 후반도 그렇지만 40대 초반 역시 '첫눈에 빠지는 사랑'보다는 어느 정도 당위나 의지에 의한 사랑이 주류가 되곤 한다. 어느 정도 이 사람 괜찮네 한번 만나볼까? 하다가 점점 호감이 이어져 결혼까지 가는 것이다. 어떠한 스파크는 없지만 만나다 보면 점점 이 사람이 편해지고 그러다가 '아... 이러다가 결혼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5.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어림잡아 6~7000만 원 정도의 연봉인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은 차이가 있다.(기준은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시길) 소개팅을 100번 이상 해고 연애도 심심찮게 해 봤는데 연봉이 주는 특징이 있다. 일단 쪼잔하지 않다. 돈에 있어서는 '나도 벌만큼 벌기 때문에 내가 사고 말고에 거리낌이 없다'. '저번에 내가 샀으니 이번에 네가 살 차례 같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한다. 나는 연애하면 밥 계산할 때 먼저 지갑을 꺼낸다. 여자들은 벽 쪽 코너에 앉는데 남자는 출입구 쪽과 가깝게 앉는다. 남자라 계산대랑 더 가까워 계산하기 편리하다.


6. 연봉이 70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약간 성향이 사무적인 경우도 있다. 덜 감성적이다. 좀 더 분석적이다. 본인의 스케줄대로 딱딱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경우도 명확한 경우가 확실히 더 많아 보인다. 좋게 말하면 쿨한 거다. 동년배 집단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반대의 여성들은 정적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다.


7. 스타일도 확고하다. 물론 여자들은 웬만하면 자기 스타일이 아니어도 잘해주는 남자에게 끌린다. 하지만 7000 이상 여성들은 자기 스타일에 맞아야 한다. 내가 맞출 여력이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비슷한 클래스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사'자 전문직 직업을 가진이들이 신혼집을 반포에 잡는다... 그림이 그려질 듯. 그리고 맞지 않는 스타일과 억지로 결혼하는 케이스는 별로 못 봤다.

요즘은 능력녀들이 넘친다. 소개팅이든 페북에서든 세상이 참 많이 변했어 라고 생각한다. 이 알파걸들은 멋진 전문직 여성인 자기 사업을 사업가든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결혼에 있어서 별다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싱글이다. 일본은 80년대에 이런 골드미스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독신여성이 홀로 죽는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아는 누구 아무개는 혼자서만 잘 살던데?' 웃기지 마라, 혼자 살면서 많은 문제를 홀로 겪는다. 말은 안 해서 그렇지... 누구나 삶은 힘들다. 쉬운 삶은 없다. 기혼만큼 말이다.


DSC_5766.jpg 하이드파크 런던 영국 2016


8. 여자는 나이 들어 점점 남성호르몬이 진해지면서 강력해진다. 40대가 되면 가정의 주도권은 여자가 쥐고 있다. 하지만 해가 밝으면 그늘도 짙다. 멘털은 유리 같아서 쉽게 깨지기도 하는데 갱년기 우울증 같은 애들이 남편도 출근하고 애들도 출근하여 아무도 없는 집에 앉아있다. 그래서 점점 말에 약해진다. 그러다 페북을 깐다. 이쁘다는 말을 듣는다. 석기시대인지 청동기시대 이후로 들은 적이 없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원비디 20병을 원샷한 것처럼 기분이 업되고 기운이 샘솟는다. 그래서 평범하고 특이한 이력이 없는 중년 여성들이 페북스타가 된 경우를 종종 본다. 40대 여성들은 페북에 넘치는 30대녀들보다는 희소성이 있기도 하고 40~50대 남성이라는 수요도 견고하다.


9. 여자에게 이쁘다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각적인 부분이 발전한 남자들은 여자 미모가 중간 이상이면 하트 날리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한국엔 이쁜 여자들이 참 많다). 같은 말을 해도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두세 배의 에너지를 쓰지만 다른 곳에 쓰는 에너지에 비하면 단문의 이 메시지는 그나마 쉽다. 효과가 강력한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니. 그리고 남자들은 '큰애'라서 콩깍지가 쉽게 씌워진다.


DSC_7573.jpg 바르셀로나 스페인 2017

10. 남자를 잘 모르는 여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남자는 무조건 연하녀에 열광한다.' 이 말은 30%는 맞고 70%는 틀리다. 남자들도 먹고사는데 피곤한데 띠동갑인 여자 친구를 만들어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징징거림을 다 받아주기도 벅차고 결정적으로 귀찮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이성에 대한 열정도 덜 그렇고 성욕도 덜해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심지어 요즘 트렌드는 연상녀다. 결혼 통계만 봐도 10년 사이 연상녀 트렌드가 심해졌단다. 결혼이 이 정도면 연애는 더 할 것이다. 차라리 내 말 잘 듣고 포용력 있는 연상이 더 '편하다.' 독거도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거 같다. 오히려 이 나이에 20대 소개팅은 미안하다고 페북에 3년 전 올렸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그냥 할걸.... ) 지금은 30대 초반도 조큼 미안해 질랑 말랑한다. 30대 초반이면 87~88년생인데 나는 그때 초등학생 들어갔거든.... 2000년대에도 사람이 태어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종족 자체가 다른 것 같다.


11. 여자들은 이별을 서서히 준비한다. 10대냐나 50대녀나 마찬가지다. 점점 쌓아둔다. 남자들은 눈치를 못 챈다. 10대 남이나 50대 남이나 둘 다 '애'라서 그렇다. 40대에게 있어서는 그래도 연애의 현역이다 보니 조금은 눈치를 채기도 하지만 일상과 일에 치여서 미쳐 대처를 못하기도 한다. 때론 '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쌓은 게 있는데...'라든지 '내가 해준 것도 있는데...'라고 안위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른하늘의 벼락은 먹구름을 종종 생략하기도 한다. 준비할 시간이 없다. 여자들은 쌓인 것을 미리 말해주는 것이 좋다. 소주를 앞에 두둔 칵테일을 앞에 두둔 말이다. 관계가 소중하다면 그렇다. 남자들은... 답이 없다. 큰 애들이라 알아듣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설명해줘도 잘 모른다. 여자의 간접화법은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여자의 잘못이 아니라 여자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12. 이별을 준비하는 시기 여자들의 친구들은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객관적으로 볼 때는 흉) 고민상담(여자 입장에서는)을 한다. 당연히... 여자들은 감성적, 주관적 접근으로 조언(?)을 한다. '네가 더 아깝다' '전 남자 친구가 낫네' '내 남자 친구는 안 그러는데' 라며 우리 친구가 최고야~를 한다. 사실 여자들은 적을 만들어 공동체의 공고함을 만드는데 탁월하다. 물론 그 공고함은 모래성 같아서 대학생 시절 그 유명했던 칠공주들은 다 어디 갔나.... 싶다. 아무튼 응원군이 생긴 여자는 위로를 받는다. 심기일전하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열 받아 부들부들 떤다. 그리고 남자의 연락을 끊어 버리거나 싸운다. 이 부분은 10대나 40대나 마찬가지다. 그 이후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5~80대 다 마찬가지일 지도. 5년 뒤 40대 중반의 연애를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DSC_7419.jpg 가우디성당 바르셀로나 2017


13. 독거도 연애를 5개월째 쉬고 있어서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7월 홋카이도 라벤다 여행도, 8월 부산여행도, 9월 모스크바도 혼자 간다. 물론 5월 미서부 투어도 혼자 다녀왔다. 하아.... 올해는 연애운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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