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수를 셀 때, '한 개' 혹은 '두 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비정상이다. 사람은 '~명'을 쓰거나 '~분'과 같이 높임의 의미가 담긴 표현을 쓰고, 동물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는 '~마리'와 같은 말을 쓴다. '~개'는 무생물의 수를 세는 데에만 한정되며, 만약 생명체를 '~개'로 세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결여된 것으로 취급받는다. 서양 언어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러한 구분은 우리나라 언어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다.
사람을 셀 때 쓰는 '명(名)'은 한자이고 그 뜻은 알다시피 '이름'이다. '두 명'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면서 동시에 '두 이름'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은 모두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을 '~명'으로 세는 것은 각 개별자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동물을 '~마리'로 세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인 것이다. '~개'로 헤아릴 수 있는 것들은 보통 개체의 구분이 없고, 또 구분할 필요성도 없다. 따라서 동물을 '~마리'로 세는 것은 각 개체의 구분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국민을 '개돼지'로 지칭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발언이 이슈가 됐다.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은 사실상 개인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동물을 '한 마리', '두 마리' 세듯이, 사람도 그렇게 셀 수 있다는 것인데, 참으로 끔찍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사람 간에 분명한 위계가 있다는 주장과 다름 아니다. 사회적 지위나 부의 고하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돼지'와 사람의 구분은 결코 타고난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당 발언을 한 공무원은 또한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류의 자유는 사람들 간에만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언어 능력이 미숙한 아이가 사람 수를 '몇 개' 이런 식으로 세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 때는 주위 어른이 가르쳐주면 된다. 그러나 다 큰 어른이 사람을 물건 보듯이 취급하는 경우에는 누가 나서서 고쳐주기가 어렵다. 문제 발언을 한 공무원은, 기자가 발언을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줬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단순히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 가치관이 실제로 그러했음을 보여준다. 승승장구하던 해당 공무원은 파면 처분을 받게 됐다.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뼈저리게 반성하고 그릇된 시각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 사람은 절대 '개수'로 헤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