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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문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

by 정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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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떠 보니 그 곳이 무인도라면 어떤 기분일까. 주위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 상태, 철저하게 나 혼자다. 불안하고 겁이 나야, 아니면 외롭고 심심해야 정상일까.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일체화 시킨 것이다. 이 말은 결국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타인을 배제한 체, 오로지 나 혼자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단지 나라는 존재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무인도에 있는 게 겁나고 외로운 사람은 아마도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이다.


무인도에 가는 게 두렵지 않은 사람은 가져갈 세 가지를 고르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 할 공책과 펜 한 자루면 충분하다.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 얽매여 있지 않단 말과 같다. 무인도의 해변에 앉아 책을 읽고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을 기록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에겐, 철저히 혼자 있음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꼭 저 세 가지가 아니라도 괜찮다. 혼자 있음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겐 저 세 가지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일 따름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즐기지 않는 것은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로써 혼자 있음을 긍정했다. 허나 현 사회는 고독을 긍정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길 즐기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점에선 ‘하자 있는’ 사람이다. 이런 잘못된 시선으로 인해 소수의 이른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본다. 특히 본인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실패자’로 규정하고 삶을 포기해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는 무인도에 던져 놓아도 잘만 살아 갈 사람들인데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이 세상이 어쩌면 무인도와 같을지도 모른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세 가지는 뭘까.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줘야 하기에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겠고, 아는 사람이 많음을 보여주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도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연락도 많이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카카오톡 어플도 꼭 필요할거다.그리고 또… 확실히 고민이 된다. 각자의 무인도는 각자에게 해결하기 힘든 미지의 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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