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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문

불행에 대처하는 자세

by 정재혁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다양하다. 먼저, 그 고통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속에만 간직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데, 그래서 이런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떠한 불행도 겪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불행이라는 것이 그 종류가 수 만 가지이고, 몇몇 불행은 가혹한 운명을 탓해야만 할 정도로 지독할 수는 있겠으나, 사실 대부분의 불행은 나 자신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오는 경우도 많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이는 것과 같은 교통사고는 외부 요인이 분명한 경우다. 사실, 이런 불행을 당한 사람이 그 탓을 자신에게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책임 소지가 분명하지 않은 불행인데, 이때 사람은 큰 혼란을 겪는다. 실제로 사회인으로서의 개인이 겪는 여러 불행한 일들은 그 원인이 자신의 내부에만 있지 않고, 반대로 외부에만 있지도 않다. 비율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든 불행의 원인은 내부 요인과 외부요인이 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최근에 또 한 번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정말 모르겠다'였다. 그동안 여러 불행한 일을 겪어 오면서 나는 대부분 스스로를 탓했다. '운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는데, 사실 이 말의 속 뜻은 '한 번은 되겠지'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그 '한 번'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나의 불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물론, 계속 도전하면 언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라서 될 때까지 붙잡고 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실패를 복기해보면, 실상 운이 없었다기보다는 준비 부족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반대로 최근의 실패에서는 오히려 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러한 태도가 과연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남 탓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나는 충분히 잘했는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고. 너네 잘못 아니냐고. 이렇게 나를 떨어뜨린 회사를 탓하고, 이 사회를 탓해본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을 손으로 쿵쿵 치면서 속으로 울기보다는, 차라리 이게 속 편하기도 하다. 일종의 착한 '정신승리'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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