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불펜에서 맞이한 대니 더피(27)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제대로 꿰찬 모양새다. 4월 한 달은 조금 불안했지만, 5월 들어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선발 기회까지 얻었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연속 8이닝 이상 투구 경기를 만들어냈다. 시즌 성적은 4승 1패 방어율 3.11 82삼진. 총 75.1 이닝 투구로 9이닝 당 삼진은 10개가 넘는다. 현재 팀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피는 지난해 캔자스시티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다. 그러나 우승의 주역이라 불리기엔 조금 모자란 성적이었다.(정규시즌 7승 8패 방어율 4.08) 출전한 30경기 중 24경기를 선발 등판을 했음에도 소화한 총 이닝은 136.2이닝에 불과했다. 그만큼 조기 강판 경기가 많았다는 것. 실제로 지난 시즌 말미에는 부진으로 인해 불펜으로 강등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다.(6경기 6이닝 1승 방어율 6.00)
올 시즌 더피의 반등 요인은 9이닝 당 볼넷 개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이닝 당 3.49개였던 볼넷 개수가 올해 1.91개에 그치고 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라고 볼 수 있는 2014년(9승 12패 방어율 2.53)에도 9이닝 당 볼넷 개수는 3.19개였다. 여기에 9이닝 당 삼진 개수는 10.39개를 기록하면서 K/BB 비율은 5.44개까지 올라갔다. 규정이닝을 채웠을 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K/BB 순위(커쇼의 위엄)
1. 클레이튼 커쇼(LAD) 16.11
2. 노아 신더가드(NYM) 8.20
3. 조쉬 톰린(CLE) 6.40
4. 크리스 세일(CHW) 4.92
5. 맥스 슈어저(WAS) 4.84
더피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스터프만큼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서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보니 볼넷이 늘면서 동시에 삼진 개수 또한 줄어들었다.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성적이 가장 좋았던 2014 시즌에도 K/BB 비율은 2.13에 불과했다.
본인도 이 점을 알았는지, 올해는 좀 더 과감하게 타자들과 맞서고 있다. 자신의 구위를 믿고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치면서 성적이 더 좋아졌다. 물론 9이닝 당 홈런 허용 비율은 1.31개로 2014시즌 0.72개, 2015시즌 0.99개 보다 많이 올라갔다. 그럼에도 FIP(수비배제 방어율)는 3.59로 2014(3.83), 2015(4.43)시즌 보다 훨씬 좋아졌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단일 시즌 기록(99시즌)을 만들어 낸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풀타임 선발 첫 해였던 95시즌 9이닝 당 볼넷 개수가 3.05개였다. 이 수치가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어, 2000년에는 1.33개까지 떨어졌다. 볼넷을 줄이면서 동시에 삼진 개수가 늘어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피칭을 완성한 것이다. 더피의 올 시즌도 자신만의 피칭을 완성하는 첫 시즌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더피는 한때 프로 선수 생활을 접을까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다. 2010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 초대를 받게 됐는데, 거기서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http://m.royals.mlb.com/news/article/8893758/) 그 이유는 다름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재평가하고 싶다(to reassess his life priorities)'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그해 6월에 다시 필드로 돌아왔고, 세월이 흘러 월드시리즈 반지까지 얻게 됐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피의 투수 커리어, 아니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도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