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

의사와 군인, 무엇이 더 고귀한 직업인가.

by 이재림

문득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군인보다 의사가 더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교실에서 친구들과 그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물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군인과 의사 모두 생명을 지키는 직업인데 왜 군인을 무시하냐는 내용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방식으로, 의사는 다친 생명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방식은 다르지만 생명을 지킨다는 사실은 다를 바 없었다.

당시에 내가 왜 의사를 더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을까.


의사는 공부 잘하는 성실한 사람들이 되는 직업이고, 군인은 공부 못하는 불량한 사람들이 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아서였을까.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중학교 시절엔 성적으로 모든 걸 판단했던 것 같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한테는 불량하고 나쁘다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한테는 성실하고 착하다는 타이틀이 씌워졌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이 어리석은 사고방식은 비단 나만의 잘못으로 빚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생님, 부모님들조차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 공부를 못하면 문제아로 취급하는 게 일상이었다.


뭐 각설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중학생 때 나는 정말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다.

공부를 잘하면 성실한 사람인가? 공부를 못하면 불량한 사람인가?

또, 공부를 잘해야 될 수 있는 직업이 더 고귀하고 중요한 직업인가?

당연히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적으로 사람의 인격과 노력을 규정짓는 것, 더 나아가 직업의 귀천을 논하는 것만큼이나 한심스러운 게 없다. 여태 살아오면서 본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공부는 안 해도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던 친구도 있고, 공부는 잘했지만 참 덜 된 사람이다 생각한 인간도 있다. 참된 군인도 봤고 못난 의사도 봤다.


세상에는 성적과 등급 말고도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느꼈지만, 입시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고 나니 더 크게 느낀다. 이제는 대학의 서열, 직업의 귀천을 따지면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내 갈 길을 찾아 내 길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현명하고 옳은 선택이 아닐까 성찰하며 글을 마친다.




아, 그리고 중학교 때, 꿈이 군인이었던 친구와 의사와 군인 그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던 친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군인이었고, 지금은 특전사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중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있고 존경심까지 들게 한다. 꼭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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