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외, 『에디터의 기록법』
★★★ (적당히 추천할 만함)
어쩌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이 올해 3월에 출판된 책인 만큼 교보도서관 울산도서관 부분에서 발견해서 읽기 전부터 존재는 알고 있었었다. 분명히 기록법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읽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에디터’의 기록법이다 보니 생각보다 도움이 된 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쪽이 에디터와 관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 없다고 하지 않겠다.) 대신 기록을 이용해 실제로 일에 쓰는 에디터의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디지털 저장 강박자 부분이다.
“두 명의 심리학 전문가가 저장 강박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잡동사니의 역습》을 읽으면서는, 저장 강박자들이 인형이며 영수증, 카펫, 사진 앨범, 빈 우유 팩 등을 잔뜩 쌓아두는 모습에서 오늘날 ‘디지털 저장 강박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리는 통상 저장 강박이라고 하면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두 저자는 오히려 저장 강박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나태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고 애정이 많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똑같이 사랑하다보니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비록 직접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저장 강박자들에게서 똑같이 드러나는 특성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저장 강박자들은 언젠가 써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으고, 기사를 북마크하고, 리트윗을 하고, PDF 파일을 쌓아둔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냉동실 깊숙이 처박혀 있는 검은 비닐봉지처럼 점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덩어리가 되어 몸집만 키워갈 뿐이다. 그렇게 열리지조차 않은 봉지는 고스란히 버려지고, 이들은 똑같은 것을 다시 모으기를 반복한다.”
특징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나태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고 애정이 많다. 좀 치우친 성향이 있긴 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애정이 많은 나를 돌아보면서 ‘나는 디지털 저장 강박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잠정적인 나의 결론은 ‘대개의 사람은 뉴스를 깊이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탓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기사 페이지당 평균 체류 시간은 채 일 분이 안 된다. 속독법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창을 닫아버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괜히 뉴스를 깊이 읽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기사는 불친절하다. 기자들만 아는 용어과 표현, 배경지식이 잔뜩 생략된 문장으로 가득하다."
"책은 그 자체로 재밌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두리번거리며 읽을 때 몇 배로 재밌다."
"그렇기에 앞으로 살아갈 콘텐츠의 시대를 주체적으로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나에게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접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가?’’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콘텐츠를 그저 소비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좋은 콘텐츠를 자기 언어로 정리하고, 기록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축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콘텐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야말로 콘텐츠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자세일 수 있다."
"책을 산다는 건, 그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저자와 편집자, 서점 관계자 등 여러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고, 감사를 전하는 행위이니까. 물론 그런 소중한 책을 꼭꼭 씹어서 잘 이해하고 소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설령 그럴 수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책을 구매함으로써 그 책을 만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는 기여를 한 셈이니까."
"기록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내게 유용한 도구에 담겼을 때 쓸모가 배가 되는 것 같다."
2025.08.30. 초독 후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