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romeNa Aug 24. 2020

8.18 - 여행의 끝

일출과 은하수

동해다. 동해면 일출을 봐야 한다. 아이들은 이제껏 일몰은 봤어도 일출을 본 적이 없다. 동이 뜨는 시간은 5시 42분. 어제 숙소에 늦게 도착했음에도 아이들은 일출을 위해 5시 20분에 비몽사몽 일어났다. 하늘은 벌써 어둠을 밀어내고 무채색을 채색으로 물들이고 구름이 하늘을 붓칠 하고 있었다.

자연이 그려낸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은 없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

일출을 20여분 보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오전에는 원래 강릉역에서 삼척해변까지 운행하는 바다열차를 타기로 했었다. 어제 바다 해변도로와 해변 카페, 해변 백사장 앞 숙소에 머물다 보니 굳이 바다를 보면서 열차를 타는 건 아닌 듯했다. 바다열차를 취소하고 아침은 숙소 앞 해변에서 놀기로 했다.


바닷물은 어제 해변 카페에서 본 옥색이었다. 물에 발을 담그자 감전된 듯 한기가 올라왔다.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갔다. 3m 정도 갔을까 갑자기 바닥이 뚝! 떨어졌다. 순간 당황해서 허우적거리며 올라왔다. 동해라는 걸 깜빡했다. 경사가 급한 곳에 서서 아이들 안전 라인 역할을 하며 아침을 보냈다.




점심으로 물회를 먹으러 갔다. 강릉 물회는 수도권의 물회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예전 속초에 갔을 때 먹었던 물회가 맛있어 서울에서 물회 하는 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속초에서 먹었던 물회가 아니었다. 속초에서 먹을 때는 국물까지 싹 비웠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먹은 물회는 시기만 하거나, 맹물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강릉에 왔으니 속초 때 먹었던 것과 같은 물회를 먹고 싶었다. 물회를 잘하는 곳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역시 강릉 물회는 다르구나 새삼 느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안목항 카페거리로 향했다. 주차할 데가 없었다. 거리에는 온통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카페거리 끝 자락에 항구 주차장이 있었지만, 인도까지 주차한 차량으로 주차할 때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카페거리는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인 화천으로 가는 길목 카페를 찾아봤다. 보헤미안 커피공장 박이추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대기하는 팀이 15팀 이상이나 됐다. 카페를 대기표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황당했다. 커피를 평생 못 먹어본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았다. 박이추도 포기했다. 영진항으로 향했다.


영진항에는 붐비지는 않고 카페에도 사람이 한산했다. 안목항 카페거리보다 훨씬 좋았다. 까르페디엠 카페의 2층 통창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 해변이 한눈에 보였다.

어제, 오늘 푸르른 바다는 원 없이 보는 것 같다.




바다를 뒤로 하고 마지막 행선지인 조경철 천문대로 향했다. 날씨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오늘은 달도 없다.




예전 사이판에 갔을 때는 달이 휘향찬란해 은하수는 말할 것도 없이 별도 잘 보이지 않았다. 사이판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1년 뒤에 조경철 천문대를 처음 방문했다. 그냥 아이들이 별을 보고 싶다는 말에 무작정 간 일정이었다. 광덕산 정상에 위치한 천문대로 산 정상까지 차로 갈 수 있다는 게 맘에 들었다. 날씨도 맑고 미세먼지도 없던 날이라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휘향 찬란한 달은 어김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늘은 2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 살짝 기대됐다. 미세먼지도 없고, 날도 좋고, 달도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여름에 은하수가 보인다고 예전 천문대 관계자한테 들었다. 기대감을 한 아름 안고, 광덕산으로 향했다.


산 밑자락에 도착했을 때 즈음 날은 많이 저물고 있었다. 차 헤드라이트와 간간히 보이는 가로등에 의지하면서 어두운 산길을 달렸다. 중반 정도 왔을 때는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마저 없이 헤드라이트에만 의지했다. 숲 길에는 우리만 있었다. 헤드 라이드 앞으로 뭔가 휙 지나가면 모두가 사색이 되어 놀라 자빠질 정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차량 한 대도 없고,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혹시 천문대가 휴무가 아닌지까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래도 정상은 찍고 오자라는 오기 아닌 오기로 올라갔다. 거의 정상에 도착할 때 즈음 주차된 차량 2대가 길 옆 공터에 세워져 있었다. 더 무서웠다. 혹시나 잘못 걸리는 건 아닌지 더 두려웠다. 주차된 차량 2대를 지나가자마자 주차된 한대가 갑자기 후진하더니 우리를 쫓아오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뒤 차를 보며 앞으로 전진했다.




천문대가 보일 때 즈음 두려운 마음을 쓸어내렸다. 천문대 불빛이 보였다. 안도의 한숨과 웃음이 나왔다. 천문대로 올라가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길목과는 반대로 여기저기 별을 촬영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한없이 반가웠다.


폭염인데도 불구하고 천문대는 추웠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인지 바람도 제법 싸늘하고, 반바지로는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추위였다. 추위를 뒤로하고 하늘을 봤다. 쏟아질 듯이 촘촘히 박힌 하늘이었다. 은하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역시 볼 수 없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자 희뿌연 줄이 보였다. 은하수였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분명 은하수였다.


** 첨단 장비의 카메라가 없어 직접 찍지는 못했지만, 그날 눈으로 봤던 은하수와 비슷하게 같은 천문대에서 촬영한 분이 게시한 게시물을 링크로 걸어둔다. 첫 번째와 마지막 사진이 눈으로 봤던 것과 비슷한 사진이다.


https://www.fmkorea.com/2954312247



매거진의 이전글 8.17 - 여행 셋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