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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Aug 25. 2020

2020.8 여행 에필로그

베르나르의 '죽음'과 함께한 여행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테마는 본의 아니게 죽음이었다. 죽음을 위해 여행하는 게 아니고, 죽음에 대한 것을 알아간다는 것에 더 가까울 듯하다.


8.15일 여행 첫날.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기 차량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책을 듣기로 했다. 음악은 오랫동안 듣다 보면 지루함을 느낀다. 윌라에 가입하고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중에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을 소설을 선택하게 됐다. 근데 그 선택한 소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이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개미'때부터 '파피용', '신', '웃음' 등을 읽었던 터라 과학적이고, 추리 성격이 강한 소설이라 추리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았다. - '죽음'은 개인적으로 15세 이상 등급 정도 될 듯하다. -


차만 타면 30분 안에 잠을 자던 아이들도 소설을 들으니 내용에 집중하는 듯했다. - 아이들이 떠들지 않은 은 것이 더없이 좋았다. - '죽음'은 총 2권으로 하루 이틀이면 다 들을 정도의 분량일 거라 생각했지만, 3일 내내 들었다. 후반에는 1.2배속으로 들었다. 1배속보다는 1.2배속이 진행 속도가 적당한 듯했다. (1배속은 느린감이 있다.)


'죽음'은 가브리엘 웰즈가 영혼이 되어 뤼시 필리피네 영매를 통해 자신이 죽은 이유를 수사하는 내용이다. 중간중간에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듣는 내내 '백과사전'은 책의 조연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주객이 전도된 듯 스토리보다는 '백과사전'에 더 집중했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죽음 이후에 사후세계가 있다면 '죽음'책처럼 영혼이 되어 무한히 떠돌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행도 처음 준비할 때 설렘이 충만하고, 여행 가는 날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여행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생각에 기대와 설렘, 행복이 겹겹이 겹쳐 한마디로 날아갈 듯한 느낌이 든다. 여행 중반부터는 서서히 지루함을 느낀다. 여행지에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지루함이 찾아온다. 책의 내용처럼 사후세계를 계속 듣다 보니 영혼도 지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촉감도 없고 오로지 시각만 존재하는 세계.... 지루할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저녁 프리한 19 프로그램에서 '여름특집 6탄! 그곳이 궁금하다! 사후세계'를 방영하고 있었다.




여행 동안 이동한 거리가 1,283km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2번 왕복한 거리다. 드라이브를 좋아하지만, 엉덩이가 짓무른 피부가 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직전까지 갔다. 여행 내내 운전한 기억밖에 없고, 아이들도 차에 탄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여행은 편하게 쉬는 힐링이 아닌 관광지 답사 성격이라 감내를 해야 했지만, 짧은 시간에 너무 긴 거리를 갔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운전하는 건지 차가 나를 운전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패키지여행은 싫어한다. 관광지에 잠깐 보도 차에 타고 다음날에도 관광지 일정에 맞춰야 하고 시간에 쫓기는 여행은 싫어한다. 느긋하게 내가 보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고,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여행에서 쇼핑은 쥐약이다. 한국에서도 안 하는 쇼핑을 굳이 여행지에서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개인적으로 쇼핑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


패키지여행을 싫어하면서 왜 이번 여행은 패키지와 비슷한 여행을 했는지는 그냥 전국일주를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운전거리가 '죽음'이었지만, 죽을 만큼 힘든 것은 아니었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았다. 일정은 있었지만 굳이 다 돌아보지 않아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힘들게 다녔어도, 원 없이 본 바다, 일출, 은하수를 보니 힘든 것은 잊어버렸다. 집에 도착하자 바로 쓰러졌지만, 만족스러운 피로감이었다.


지금까지 여행은 대부분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매번 가는 곳이라 지루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나니 안 가본 곳을 더 가고 싶고, 이번 여행에서 가려고 했지만, 못 간 곳을 가고 싶어 졌다. 국내에서 안 가본 곳도 많고, 새로운 풍경도 많아서, 당분간 해외는 생각나지도 않을 것 같다.




8.15일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는 소강상태였다. 코로나가 팡팡 터지는 마당에 여행이나 사람이 많은 곳을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8.15일 그날은 조용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니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한다는 기사를 봤다. 전날에는 10명대였던 것이 순식간에 100명대로 증가했다. 저녁때 즈음 300명으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팡팡 터지는 날이 온 것이 했다. 수도권이라 괜찮겠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마스크는 벗지 않고 때앗볕에 입 주변만 땀으로 흥건히 적시면 다녔다.


8.17일 저녁 강릉 숙소에 도착했을 때 경주에서는 대거 종교 모임 워크숍을 이 시국에 강행했다고 기사가 나왔다. 마치 문경 여행할 때 비구름이 따라다닌 것처럼 코로나도 우리를 따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강릉에서는 확진자 소식이 없었다.


8.18일 강릉을 뒤로하고 천문대를 거쳐 집에 도착했을 때는 코로나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라는 죽음이 우리를 계속 뒤따라다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1월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도 코로나는 팬데믹도 아니고 확산되지도 않았었다. 제주도를 다녀온 후에 바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팬데믹까지 선포됐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우리 여행은 코로나를 피해 다녔다.




** 소제목을 '죽음'과 함께한 여행이라고 했다가 뭔가 어감이 좋지 않아 베르나르의 '죽음'과 함께한 여행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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