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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프로필이 된 사람들

프로필은 윤곽선이다.

by jeromeNa

이력 관리를 위해 채용 사이트 프로필을 업데이트해야 할 일이 생겼다. 오랜만에 페이지를 열고 내 정보를 들여다보았다. 학력, 경력, 보유 기술, 자격증. 깔끔하게 정리된 항목들이 나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나인가?


틀린 정보는 없다. 저 학교를 나왔고, 저 회사를 다녔고, 저 기술을 다룰 줄 안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들을 읽는다고 해서 '나'를 알게 되는 걸까. 저 항목들 사이에 있었던 방황과 결심, 좌절과 회복, 우연한 만남과 예상치 못한 전환. 그런 것들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프로필은 나를 요약하지만, 요약하는 순간 빠지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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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을 처음 만나기 전에 검색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미팅이라면 링크드인을, 소개팅이라면 인스타그램을 훑어본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미리'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모은 정보로 우리는 상대를 그려본다. 어느 대학 출신, 무슨 회사 재직, 취미는 등산,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고양이를 키운다. 만나기도 전에 어느 정도 안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때로는 프로필과 실제가 잘 맞는다. 예상한 대로의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프로필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무언가가 그 사람에게 있다. 말투, 눈빛, 대화의 리듬, 어떤 주제에서 갑자기 진지해지는 순간. 그런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상을 만드는데, 그것은 어떤 프로필에도 담기지 않는다.




프로필이란 무엇일까. 어원을 따라가 보면 'profilare', 이탈리아어로 '윤곽을 그리다'라는 뜻이다. 원래는 옆모습의 윤곽선을 가리켰다. 전체가 아니라 한 면, 입체가 아니라 평면. 프로필은 태생적으로 축약이고 단면이다.

문제는 그 단면이 전체를 대신하기 시작할 때 생긴다.


채용 담당자는 수백 장의 이력서를 검토한다. 한 사람당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다. 그 안에 학력, 경력, 어학 점수, 자격증을 훑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원자는 속성들의 조합이 된다. 'SKY 출신, 대기업 3년 차, 토익 900점대, 관련 자격증 보유'. 이 조건을 충족하면 서류를 통과하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한다.


물론 면접이 있다. 면접에서 사람을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면접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고, 면접관은 이미 서류에서 형성된 인상을 가지고 들어온다. 프로필이 먼저 도착하고, 사람은 그 뒤에 온다.




소개팅 앱은 이 현상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몇 장, 나이, 직업, 키, 학력, 한두 줄의 자기소개. 이것이 한 사람을 대표한다. 사용자는 이 정보를 보고 오른쪽으로 넘길지 왼쪽으로 넘길지 결정한다. 대개 몇 초 안에.


앱을 만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정보로 관심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라고. 실제로 만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니까, 프로필은 출발점일 뿐이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출발점에서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다. 프로필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직업이 마음에 안 들어서, 키가 작아서, 사진이 별로라서. 프로필에 적힌 몇 가지 속성이 한 사람 전체를 대신해서 평가받는다.


그 사람이 얼마나 다정한지, 유머 감각이 있는지, 어려운 순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그런 것들은 프로필에 적히지 않는다. 적을 수도 없다. 그것은 시간을 두고 함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SNS는 우리 모두를 프로필의 편집자로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한다. 각도를 조절하고, 필터를 입히고, 문구를 다듬는다. 여행지에서의 멋진 순간, 맛있는 음식, 행복해 보이는 일상. 피드는 나의 '좋은 순간들'로 채워진다.


그것이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그곳에 갔고, 실제로 그것을 먹었고, 실제로 그 순간은 즐거웠다. 하지만 피드에 올리지 않은 순간들도 있다. 여행지에서 다툰 일, 음식이 기대에 못 미쳤던 날, 아무것도 하기 싫어 침대에 누워 있던 오후. 그런 것들은 프로필에 남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SNS 프로필은 편집된 나, 큐레이션 된 나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 편집된 버전을 '나'로 인식한다. 심지어 나 자신도 그 프로필을 보며 '이게 나인가' 싶은 순간이 있다. 프로필 속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생긴다.




사람을 속성들의 목록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효율적이다. 빠르게 파악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수백 명의 지원자를 검토해야 하는 채용 담당자에게, 수천 명의 프로필을 스와이프 하는 앱 사용자에게, 속성 목록은 필수적인 도구다.

하지만 속성은 설명하지 않는다.


왜 그 사람이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그 학력 뒤에 어떤 노력과 좌절이 있었는지. 프로필 사진 속 미소 뒤에 어떤 하루가 있었는지. 속성은 '무엇'을 알려주지만, '어떻게'와 '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어떻게'와 '왜'의 축적이다. 어떤 시간을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 왜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 그 두께가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든다.




가끔 오래된 친구를 만나면 이런 대화를 나눈다.


"너 요즘 뭐 해?" "회사 다녀. 그냥 뭐, 바쁘지." "그렇구나."


프로필 수준의 대화다. 서로 무엇을 하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른다. 옛날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대화가 프로필 업데이트처럼 되어버렸다.


반면 깊은 대화가 오가는 순간도 있다. "요즘 좀 힘들어." 그 한마디에서 시작해, 무엇이 힘든지, 왜 힘든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방을 프로필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난다. 속성의 목록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만난다.


그 차이는 크다. 프로필로 아는 사람과 이야기로 아는 사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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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프로필로 먼저 만난다. 온라인에서, 서류에서, 시스템에서.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그 사람의 프로필이 먼저 도착한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정보가 필요하고, 효율이 필요하고, 어떤 기준이 필요한 상황은 분명히 있다. 프로필은 그 필요를 충족시킨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프로필은 윤곽선이라는 것.

전체가 아니라 일부라는 것.

그 윤곽선 너머에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면들이 있다는 것.


채용 사이트 프로필을 닫으며 생각했다. 저 항목들 사이에 적히지 않은 것들. 누군가 나를 정말로 알고 싶다면, 결국 그것들을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물을 시간을 내야 한다.


프로필은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우리는 서로의 윤곽선만 스쳐 지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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