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관계의 재건

작은 것들이 층을 만든다.

by jeromeNa

오래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났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몰랐다. 받으면 뭐라고 시작하지. 그 잠깐의 망설임이 말해주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꽤 오래 멀어져 있었다는 것.


친구가 받았다. 서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말이 흘렀다.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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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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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무너지는 방식은 대개 조용하다.


다툼이 있거나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오히려 낫다. 무언가가 명확히 남으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관계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그냥 연락이 뜸해진다. 만남이 줄어든다. 서로의 일상이 겹치지 않기 시작한다. 어느 날 보면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게 반년 전이다.


소리 없이 얕아진 것들이 있다. 9장에서 살펴봤던 그 얕아짐. 연결은 늘었는데 관계는 줄어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감각.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지금까지 계속 따라왔다. 표면만 보는 것, 듣지 않는 것, 빨리 판단하는 것, 효율을 앞세우는 것. 그 모든 것이 관계를 천천히 얕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은 무엇일까.




재건이라는 말이 좀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행위. 폐허 위에 새로 짓는 것. 그런 이미지가 따라온다. 하지만 관계의 재건은 대개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오래된 친구에게 거는 전화 한 통처럼,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재건은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경우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겉으로는 유지되고 있지만 속이 비어버린 관계도 재건이 필요하다. 형식만 남은 관계,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서로의 프로필만 알고 있는 관계. 그런 것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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