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에 자리를 찾아주는 것
오래된 사진을 정리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것들이었다. 인화된 사진들이 봉투째로 서랍 안에 쌓여 있었다. 꺼내서 펼쳐보니 시간 순서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사진 옆에 이십 대 초반 사진이 섞여 있고, 그 사이에 날짜도 없는 사진들이 끼어 있었다.
한 장씩 보다가 멈춘 사진이 있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장면이었다. 분명히 내가 찍혀 있는데, 언제인지, 어디인지, 왜 웃고 있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의 한 순간인데, 나에게 없는 것이었다.
흩어진 나. 분명히 존재했지만 연결되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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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생활은 나를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
대표로서의 나, 동료들 앞에서의 나, 투자자를 만날 때의 나, 고객과 이야기할 때의 나. 각각의 자리에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표정을 짓고, 다른 무게를 든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을 때다.
대표로서의 나는 확신 있게 말해야 한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팀이 흔들린다. 확신 없는 순간에도 확신처럼 말하는 연습을 한다.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런데 그 익숙함이 안으로도 스며든다. 혼자 있을 때도 자신의 흔들림을 외면하게 된다. 대표의 언어가 내면의 언어를 덮는다.
강의를 하는 나도 비슷하다. 정리된 언어로 이야기하다 보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 안의 것들이 뒤로 밀린다. 설명할 수 있는 나만 앞에 나오고, 설명되지 않는 나는 무대 뒤에 남는다.
조각들이 쌓이면서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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