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배경째로 보는 것.
강의 중에 갑자기 화가 난 적이 있다.
수강생의 질문이었다. 악의는 없었다. 내용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무언가 올라왔다. 표정을 관리하면서 답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짧아졌다. 강의가 끝나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질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그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일이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그 무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 질문이 들어왔다. 타이밍이었다.
같은 질문을 다른 날 받았다면 달리 반응했을 것이다. 맥락이 달랐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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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에서 우리는 타인을 맥락 없이 판단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10초 영상으로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 단편적인 장면으로 전체를 읽으려는 것. 그것이 왜 위험한지를 살펴봤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게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똑같이 한다.
화가 났다. 예민하게 굴었다. 왜 그랬지. 자신을 납득하지 못하면 자책이 온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이런 사람인가. 그 한순간을 맥락 없이 전체로 읽는다.
맥락 속에서 나를 본다는 것은, 나의 반응을 그것이 놓인 배경 안에서 읽는 것이다.
화가 났다는 사실만 보지 않고, 그 화가 어디서 왔는지를 보는 것. 지금의 피로도, 오래된 상처, 비슷한 장면의 반복, 그날의 누적. 그것들이 지금 이 반응을 만들었다.
사람의 행동은 진공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타인의 행동이 그렇듯, 나의 행동도 그렇다. 그 배경을 보지 않으면 나는 나를 오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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