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왜 기록인가

서사는 기록될 때 비로소 존재한다

by jeromeNa

이전에 쓴 메모들이 있다.


Drive, Keep, 노트 앱 어딘가에 흩어져 있다. 어떤 것은 날짜가 있고 어떤 것은 없다. 회의 중에 적은 것,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쓴 것, 누군가와 대화하다 떠오른 것. 당시에는 그냥 썼다. 나중에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게 됐다. 우연히. 그리고 멈췄다.


그때의 내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무엇에 흥분했는지, 어떤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지금의 나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이 거기 있었다. 기억은 사라졌는데 기록은 남아 있었다.



.

.

.



기억은 믿을 만하지 않다.


우리는 기억이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찍어두는 것처럼. 하지만 기억은 불러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의 감정이 과거의 기억을 물들인다. 잘 됐을 때 돌아보면 그때의 결정이 현명해 보이고, 힘들 때 돌아보면 그때의 선택이 실수처럼 보인다. 같은 사건인데 기억이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기억의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기억은 재생이 아니라 매번 새로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기억일수록 원본에서 멀어진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실제의 나와 조금씩 다르다.


기록은 다르다. 그 순간에 고정된다. 다시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기억이 변해도 기록은 그 자리에 있다.




25장에서 남긴 질문이 있었다.


자기 이해는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선명했던 자각이 덮이고, 발견했던 서사가 다시 보이지 않게 된다. 애써 쌓은 것들이 다시 무너진다. 그렇지 않으려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jeromeN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활동 시기의 반 이상을 개발자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글과 창작자, 후배 양성으로 살아가 보려 합니다.

6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25장. 자기 이해라는 평생의 과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