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쓴다는 것은 남긴다는 것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

by jeromeNa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 한 명이 남았다.


특별히 할 말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가방을 정리하는 척 하다가 사람들이 대부분 나가자 다가왔다. 오늘 수업에서 다룬 내용 중에 자기 이야기 같은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말하다 잠깐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수업 내용을 매번 어떻게 정리하세요?.


무엇을 정리하냐고 되물었다.


머릿속에 많은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생각이 있는데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하면 사라진다고.

안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고.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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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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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머릿속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무언가를 알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막상 꺼내려 하면 없다. 잡으려 하면 흩어진다. 분명히 있었는데.


그것은 아직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의 재료다. 인상이고, 감각이고, 아직 언어가 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것들이 언어가 되는 순간이 쓰는 순간이다.


쓰기 전에 정리하고 쓰는 것이 아니다. 쓰면서 정리된다. 문장을 만들려고 하면 재료들이 형태를 잡기 시작한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가, 어떤 순서로 놓는가.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쓰기 전에는 몰랐던 것을 쓰고 나서 알게 되는 일이 자주 있다.




쓴다는 것은 선택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하루에 수많은 생각과 감각이 지나간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간다. 기억에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쓴다는 것은 그중에서 무언가를 골라 붙들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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