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진지하게 여기는 것
특별한 날만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했다.
생일, 졸업식, 첫 출근, 창업한 날. 날짜가 있는 것들. 사진을 찍는 것들.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이 삶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래된 메모를 뒤지다 특별하지 않은 날의 것을 발견했다. 그냥 화요일이었다. 점심을 먹고 걸으면서 든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읽으면서 멈췄다.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날의 내가 거기 있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었는지, 무엇이 마음에 걸렸는지. 특별하지 않은 날이었는데 지금의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특별한 날은 이미 기억된다. 기록이 필요한 것은 특별하지 않은 날이다.
.
.
.
일상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하고, 잠든다. 창업을 하든 회사를 다니든 형태는 다르지만 반복이라는 점은 같다. 그 반복 속에서 하루하루는 구별되지 않는다. 지난주 수요일과 이번 주 수요일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하지 않는다. 특별한 것이 없으니까. 나중에 읽어봤자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오늘은 그냥 오늘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일상이 나중의 서사가 된다. 지금 이 시기가 어떤 시기였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그 시기의 결이 사라진다. 사건은 기억해도 온도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카이브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공문서를 보관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더 넓게 쓰인다. 기록을 모아두는 것, 축적하는 것. 중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들을 붙들어두는 것.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