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쓰는 것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짧게라도 쓰는 습관이 있다.
오늘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가 아니다. 오늘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적는다. 피곤한지, 어딘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하루였는지. 수강생들은 모르는 것들이다. 강의와 직접 관련도 없다.
그런데 그것을 적고 나면 강의가 달라진다.
상태를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 그것을 고려할 수 있다. 어딘가 걸리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것이 강의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조금 막을 수 있다. 나를 위해 쓴 것이 결국 앞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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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처음에 나를 향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를 남기기 위해, 흘러가는 것을 붙들기 위해. 지금까지 내내 이야기했던 것들이다. 기억이 편집하는 것을 기록이 붙든다. 흩어진 서사를 기록이 잇는다. 자각의 순간을 기록이 보존한다.
그것이 기록의 첫 번째 방향이다. 안을 향하는 것.
그런데 기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쓴 것을 누군가 읽는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일이 생긴다. 강의에서 내 이야기를 꺼낼 때, 대화에서 내가 겪은 것을 나눌 때, 글을 써서 어딘가에 올릴 때. 나를 위해 정리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가 닿는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내 이야기인데, 상대가 자기 이야기라고 한다. 나의 서사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의 서사와 만난다. 내가 통과한 시간이 그 사람이 통과하고 있는 시간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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