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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Jun 02. 2021

도시를 떠나

당연하다는 것

40여 년간의 도시 생활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왔다. 산골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 해안가 근처에서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길들여진 도시 생활감을 한 순간에 놓기에도 힘들고, 귀농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기에 약간의 도시 생활과 전원이 함께 있는 곳을 찾아 이사를 했다.




도시가 줬던 편리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고 있다. 바로 앞 편의점이 없어 불편하고, 5분 거리에 큰 마트가 없어 불편하고, 대중교통은 대부분 버스로 이동하는 게 불편하고, 소소한 빵집, 카페, 아이스크림집, 분식집 등이 바로 앞에 없는 게 불편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게 당황스럽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는 게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대형 마트 가기 전 무엇을 살지 미리 적어놓고, 1주일 단위 양에 맞춰 넉넉히 구매하고, 필요할 때만 외출하고, 외출할 때 어디를 갈지 동선을 미리 그린다.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생활로 바뀌고 있다.




아침.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와 살랑이는 나뭇잎 소리, 멀리 안개 피어오르는 산의 정취에 상쾌한 아침 내음을 한 껏 들이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출근은 언제나 즐겁지 않았지만, 다시 서울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갑갑함마저 밀려온다. 열차 창밖을 보면서 점점 다가오는 아파트와 빌딩 숲들이 거대한 공장처럼 느껴진다.


서울은 거대한 시스템 공장이다. 플라톤의 동굴, 매트릭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스템 안의 세상이 다 인 듯하고, 편리함이라는 혜택으로 생각을 안 하게 한다.


편리함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에 대한 생각은 멈춰버린다. 당연하다는 건 그것에 길들여졌다는 의미고, 생각이 멈춰버렸다는 건 잊혀졌다는 의미다. 길들여지고, 잊혀졌다는 건 사육된 것이 아닐까.


도시에 살고 있을 때는 당연함 조차 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 기본이었지만, 이사 온 이곳은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함이 아님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몇 년을 살았을 때는 마찬가지로 이곳의 시스템에 적응하겠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가다면 반대로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다시 생각이 멈추는 연습을 할 것이다.




편리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리함이 주는 고마움과 편리함으로 인한 다른 불편함, 희생을 찾아내 편하지 않고, 희생당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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