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다.
선택은 일상생활이다. 주식을 구매할 때 이 가격에 구매해도 되는지 더 낮은 금액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팔 때도 현재 가격에 팔 것인지 좀 더 높여서 팔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주식은 언제나 나를 조롱한다. 내가 살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하면 바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가 팔 때도 기다렸다가 팔면 진상고객이 내렸다는 듯이 바로 이륙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핫한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면 계속 오르다 구매하면 정체되거나 오히려 내려간다. 팔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운이 없는 건지, 너무 생각이 많은 건지, 시장을 읽지 못한 건지 - 아마도 모두 해당하는 것 같다. - 내 선택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옷을 고를 때, 밥을 먹을 때, 책을 고를 때, 시청할 TV 채널을 고를 때, 넷플릭스 영화를 고를 때(제일 힘들다).. 일어나고 나서 잘 때까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서 머리를 열심히 회전시킨다. 없는 답을 찾고자 부단히 애를 쓴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여기저기 주워들은 정보들을 생각하고, 비슷한 경험을 비교해가며 고민하지만, 시간만 흐를 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선택 장애 또는 결정 장애다. 나름 고민하지만, 결국 선택했을 때 미래를 걱정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는 것까지 걱정한다. 걱정이 다시 걱정을 하고, 그 걱정이 다른 걱정을 낳고, 또 다른 걱정을 낳다 보면, 밥 한 끼를 선택하는 게 나중에는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넘어 우주가 사라질 위기까지 온다.
선택 장애는 걱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도, 걱정이 앞서면 정보는 걱정을 유발하는 존재로 변한다. 정보는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도구이지, 걱정을 더 키우기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첫 끗발'이라는 말이 있다. 도박에서 유래되었지만, 볼링을 처음 칠 때는 잘 들어갔다가 가면 갈수록 거터로 쉽게 빠진다. 당구 또한 처음에는 기분 좋게 딱딱 맞지만, 가면 갈수록 공이 피해 다닌다. 정보가 쌓이고, 정보에 의존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정보가 많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에 빠지지만, 오히려 반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택보다는 우유부단함에 더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선택을 못한다.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지식도 정보량에 기반한다.
선별할 수 있는 지식 자체가 그 지식 정보의 옮고 그름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알고 있다는 의미는 분야의 지식을 숙달했거나 경험이 많다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고 수많은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조언을 구한다.
선택을 가로막는 걱정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불안감이다. 미래를 알고 있으면 이런 쓸데없는 걱정은 생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추측만 할 뿐, 바로 1초 후의 일도 모른다.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어떻게든 줄여보기 위해 정보를 모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전문가라고 하는 블로거들의 글을 보고, 세상에 전문가가 이렇게나 많았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유투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모으지만, 선택 장애는 더 심해지고, 아는 것도 더 혼란만 가중된다.
거대한 숲은 씨앗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땅속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거대한 나무로 자란다. 자라면서 가지가 늘어나고, 가지에서 이파리가 돋아난다. 여러 나무에서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나면 풍성한 숲의 모습을 가질 수 있다.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이파리다. 이파리만 봐도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나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파리만 보고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모른다.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이파리만 봐서는 사과나무인지, 배나무인지, 복숭아나무인지 구분을 못한다. 도시 가로수 곳곳에 있는 플라타너스 정도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나무들은 열매를 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파리만 보면 어떤 나무인지 판별도 안되고, 다 같은 나무일뿐이다.
이파리만 봐도 나무를 알 수 있기 위해서는 나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어떤 나무에서 어떤 이파리 모양이 나오는지, 그 나무에서는 어떤 열매가 열리는지, 나무의 상태에 따라 이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씨앗에서 자라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이파리만 보고 열매를 예측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나무를 알아야 하고, 씨앗을 알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근본이 되는 지식과 경험을 알아야 정보만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택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다. 모든 지식과 경험을 하기는 힘들기에 전문가의 조언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무수히 많은 이파리만 분석한다고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나무인지도 모르고 일반론적인 아파리의 상태만 분석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에 정보를 양산하는 것밖에는 안된다. 전문가는 오랜 기간 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지식은 공부하면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은 실패해야 쌓을 수 있다. 성공가도만 달린 경험은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실패가 어디에서 불쑥 나올 수 있고, 대처하기가 힘들다. 반대로 실패가 많은 경험은 대처능력이 있고, 정보량도 더 많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나 툼레이더 등 탐험 영화를 보면 단골로 나오는 함정이 있다. 바닥에 숫자나 그림이 그려진 블록들이 타일 형태로 되어 있는 함정이다. 떨어지지 않는 블록을 밟고 가야 한다. 지식으로 수수께끼를 풀면서 하나하나 밟아 가지만, 풀이가 틀리고, 잘못 디뎠을 때는 블록은 떨어진다. 경험은 어떤 블록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만 해서는 어떤 블록이 떨어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올바른 선택과 결정은 탄탄한 지식과 많은 실패 경험에서 나온다.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성공이든 실패든 일단 선택하고 앞을 보는 것이다. 실패하면 그 선택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고, 성공하면 원하는 열매를 얻는 것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 나에게 손해 보는 것은 없다. 물론 실패에서 경험을 얻었다면 열매를 얻지 못한 것이다. 또는 성공을 했다면 열매를 얻었지만, 경험을 얻지 못한다. 실패 경험이 없다면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똑같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에게 손해 보는 것이 없는 선택인데 미리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고, 무의미한 시간 축내기이면서 길지 않은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다.
해비 걱정러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여 '나도 비전문가이면서 해비 걱정러가 될지 않을까.' 생각에 글로써 정리하고, 해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