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을 알아보기
이전 글에서 성숙한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자기(self)와 대상(object)의 경계혼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이 한 가지는 아닙니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원래는 정신분석학적 용어였지만 사회적으로도 많이 쓰는 단어가 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가지고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뭔가 어렵게 느껴지시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방어기제란 간단히 말해서 심리적 고통을 방어하기 위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그 위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원시적 방어기제, 그 위에는 신경증적 방어기제, 맨 위에는 성숙한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물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원시적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는 분은 당연히 성숙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원시적방어기제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원시적 방어기제는 분열splitting, 투사projection, 행동화acting out, 신체화somatization 등이 있습니다.
분열splitting
먼저 분열splitting은 각 학파마다 조금씩 다르게 쓸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통합이 불가능한 경험을 분리해서 보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떤 사람이 행동, 생각, 감정의 모순을 마주쳤을 때 이 모순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본다면, 만일 성적 대상화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비난하는 여성 모델이 맥심이라는 잡지에 노출이 많은사진을 투고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것을 정신과의사가 모순이 아닌지 지적했을 때 “맥심이 느낌있는 사진을 많이싣는 곳인걸 모르셨어요?“라고 대답한다면 이것은 분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동료에게 공평한 업무 분배를 내세우면서 업무를 떠긴 직원이, 반대로 동료가 비슷한 상황에서 업무를 맡기려고하면 갖은 이유를 대며 두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업무를 거절한다면 이것도 분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사가 업무 지시를심하게 시킨다면서 불평했던 사람이 본인의 부하직원에게는 더 심하게 많은 업무를 지시하면서도 불편해하지 않는 것도마찬가지에 해당합니다.
A정치인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엄청난 비난을 했던 사람이 자신이 지지하는 B정치인이 비슷한 행동을 했을 때는 슬그머니 무시하는 것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투사projection
다음으로는 투사projection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투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감정/충동이 마치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처럼 다루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실수로 환자의 사망을 겪은 의사가 간호사가 조금이라도 똑바로 노티를 했다면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해당 간호사에게 벌컥 화를 낸다면 이것은 투사에 해당합니다. 본인의 실수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죄책감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거지요.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 오히려 아내를 비난하면서, 당신이 가정과 남편에 대해 충실했으면 내가 바람 피우는 일은 없었을거라고 화를 낸다면, 이 것도 투사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유없이 바람을 피우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런 방어기제를 이용합니다.
행동화acting out
행동화는 심리 상태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느낀 사람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는 당신에게 화가 났다.”고 말하는 대신 책을 사람에게 던집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으로 벽을 때리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표현한다면 마음속 감정의 압력은 낮아집니다. 그래서 행동화 이후 오히려 차분하게 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행동화를 자꾸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자신을 떠나게 만드는 나쁜 습관입니다.
신체화somatization
마지막으로는 신체화somatization가 있습니다. 신체화는 일반적으로 원시적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방어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방법이기도 합니다. 심리적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신체적 고통에 집중하는 것으로 치환하기 때문에 갖은 잔병치레에 시달리거나 건강염려증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보이는 분들이 절대적 기준이라는 것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일시적인 감정이 기준이기 때문에 이에 거슬리면 다른 규칙은 모두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행동과 같습니다.
이 분들을 착함과 나쁨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편안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착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잘해주는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보이는지 주의깊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런 어린아이같은 분들도 얼마든지 진심으로 착하고 공감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