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는데, "남을 악마화하지 말라", "남 탓하지 말라", 그리고 "상대 입장도 이해하라"는 말이다.
이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씩 닫힌다.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는 걸 아는데,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얘기하기가 싫어진다.
학교에서 억울하게 혼나서 너무 속상한 마음으로 집에 와 엄마에게
"엄마! 오늘 학교에서 힘들었어. 오늘 선생님이 너무했어. 나 정말 억울했어" 그랬다고 하자.
그런데 엄마가 다짜고짜
"야, 선생님도 힘드셨을 거야. 선생님이 이십몇명 학생들 돌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마나 고생하는데. 그 정도는 그러실 수도 있지. 너는 왜 네 생각만 하니? 너 애가 아니잖아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어떨까?
나라면 더 말 안 한다. 알았다고 하고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억울한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는 말 안 한다. 마음속에서는 '아니, 내가 억울한 게 먼저 아니야? 선생님이 힘들었는지를 대체 내가 왜 이해해야해?'
이게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억울한게 먼저다.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게 작동한다. 상처를 받은 순간에 사람은 공정함, 판단보다 위로, 이해를 원한다. 그런데 거기서 바로 상대 입장을 들이밀면, 그건 성숙을 가르치는 말이 아니라 입을 다물게 만드는 말이 된다.
남탓 쪼금은 사실 아주 인간적인 반응이다. 원래 그런다. 나도, 너도, 훌륭한 사람들도. 누구나 살아가면서 조금씩은 남탓을 한다. 바로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몰아치면 관계는 그 자리에서 끝난다. 그걸 성장과정에서 반복해서 경험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점점 자기 마음을 말하지 않게 된다.
설명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정신과에 오면 먼저 하는 안내가 이런 거다. 괜찮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절대 비난 안 한다. 일단 말부터 하게 만든다. 공감부터 갈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관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표현이 되어야 조절이 가능하고, 교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 표현도 안하는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가혹하게 남의 입장부터 배려하도록 가르치면, 오히려 자기 이야기를 숨기게 된다. 착해지는 게 아니라 조용해진다. 이해심이 깊어지는 게 아니고 감정 표현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뭘 느끼는지도 잘 모르게 된다.
누구나 조금씩은 남탓을 하며 산다. 그걸 당장 고쳐야 할 결함처럼 다루기보다는, 그 정도는 서로 허용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이해는 강요로 생기지 않는다. 충분히 이해받았다는 경험이 쌓일 때, 그제야 타인의 입장을 볼 여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