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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Jul 25. 2020

먼저, 나를 공감하기

타인을 이해하기 (3)


지금, 나는 어떻지?



첫째 아이 1호가 4학년 때, 아침에 학교에 간 녀석이 갑자기 집에 다시 돌아와서는 “엄마, 왜 준비물도 안 챙겨줬어?!!!!! 나 학교 안 갈 거야!!!!!!”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가방을 거실에 팽개치고선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었던 나는, 순간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는 너무나도 힘들었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되풀이되는 아이의 분노 표현하는 방식이 나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깊은숨을 내쉬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그저 애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고, 평소대로라면 나는 "그래, 학교 가지 마. 학교 가지 말고 평생 바보 멍청이로 살아. 학교 안 가면 네가 손해지 뭐~"하는 방식으로 빈정거리거나 "학교 가기 싫어? 가지 마! 가기만 해 봐!"하고 협박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화의 결말은 너무나도 뻔했다. 상처투성이의 사람이 남을 뿐이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매다가 문득, ‘지금 나는 어떻지?’ 하고 질문을 바꿔보았다.

나는 당황했고 어쩔 줄 몰라했고 어이가 없었고 나도 화가 나 있었고, 절망하고 있었다. 다시 숨을 내쉰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 가지 감정으로 꿈틀거리고 있던 마음이 조금 잔잔해졌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뭐지?



다시 질문을 바꿔본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뭐지?"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혼내서 학교로 보내는 것. 또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 좀 늦더라도 평화롭게 보내는 것. 둘 중 내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후자였다.

이걸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다시 좀 더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마음의 동요가 가라앉은 후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학교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어?”

“문제없어!!!! 난 학교 안 갈 거야!!!!”

“문제는 없는데, 화가 많이 났네. 왜 이렇게 화가 났어?”

“엄마가 준비물 안 챙겨줬잖아!!! 학교 갔는데 애들이 다 준비물 꺼내놓고 있었단 말이야!!!”

“아, 그래서 준비물 안 챙겨간 거 알고 좀 놀랐어?”

“놀란 거 아니야!! 아무튼 난 학교 안 갈 거야!! 다 엄마 때문이야!!”


이쯤에서 난 쫌 억울해졌다. 왜냐하면 나는 준비물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것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어쨌든 화의 강도는 약해지고 있으니 대충 이 방향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 준비물 없어서 학교 가기 싫구나. 그래. 알겠어. 근데 준비물이 뭐였어?”

아이는 준비물 목록을 이야기했고, 다행스럽게도 그건 당장 준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 그거 집에 다 있는 건데, 지금 좀 챙겨볼까?”

“.......”

“엄마가 얼른 챙겨볼게”


종이가방에 챙겨 담은 후, “네가 말한 건 다 챙겼는데. 혹시 더 가져가야 할 게 있을까?

“없어”

“그럼 지금 학교에 갈래? 아직 수업 시작 전인데”

“......”

“아직도 마음이 안 풀렸어? 학교 갈 때, 준비물 잘 챙겨가고 싶었어? 왔다 갔다 해서 힘들어?”

“응. 아침에 엄마가 나한테 준비물 챙겼냐고 한 번 물어봐주면 좋잖아”

“아... 너는 아침에 엄마가 그냥 물어보기만 해도 네가 스스로 기억해서 챙겨갈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엄마가 물어봐주기만 하면 좋겠다는 거야?”

“응. 그러면 내가 기억할 수가 있잖아”

“그래. 알았어. 준비물이 있는 날이 별로 없어서 엄마도 생각을 못했네. 내일부턴 아침에 꼭 물어볼게. 자~ 그럼 이제 학교 갈 수 있겠어?”

“응. 다녀올게”

“그래, 잘 다녀와~ 사랑해~”

“나도”     

그렇게 그 날 아침을 무사히 보냈다.









먼저, 내 마음에게 묻자.



비행기를 타면 이륙 전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산소마스크 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면 보호자가 먼저 착용한 후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 씌워주라고 한다. 처음 아이를 데리고 탄 비행기에서 이 방송을 들었을 때는, 어? 왜? 하고 반응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안전한 상태여야 아이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위급상황이 발생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내 마음을 먼저 살펴야. 상대방의 마음도 살필 여유가 생기고. 더 잘 살필 수가 있다. 


먼저, 내 마음에게 묻자. "너는 지금 어때?"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상처를 주고받고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편안해졌고, 행복해졌습니다.

제 자신을 수용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삶에 감사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는 지금도 이 과정 중에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폭력대화 #NVC #공감 #대화 #내면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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