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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Oct 12. 2016

방송사 홍보-마케팅 전쟁 치열

[대중문화 이야기]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방송은 각종 산업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주요한 플랫폼으로 쓰이는 매체다. 그래서 방송사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 시작 전후, 또는 중간에 광고시간대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회사를 꾸려나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방송사 역시 광고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방송사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은 콘텐츠의 재미 자체로만 승부를 건다는 게 쉽지 않다. 결국엔 방송사도 홍보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아야만 화제성과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방송사들의 홍보-마케팅 경쟁에 대해 알아봤다.


tvN 드라마 '시그널'의 주연배우들이 드라마 홍보에 나선 모습


지상파, 홍보 필요성 못 느끼던 조직

애초 방송사는 홍보를 등한시하던 조직이었다. 언론사 개념으로 봐도 영향력이 탁월했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적 측면에서 봐도 전파의 힘을 따라올 수 있는 플랫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통해 자사 이미지를 관리하고 콘텐츠를 알린다는 이유로 홍보팀을 만들어 두고도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등의 일을 하는 타 분야의 회사들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자리를 주선하고 간담회를 개최하는 일, 그리고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등 타 매체 관리에만 신경 쓰면 그걸로 끝이었다. MBC나 KBS 등 사실상 ‘남 부러울 것 없는’ 거대 지상파의 경우 영향력이 떨어지는 매체에서 취재요청을 해올 경우 가열차게 거부하는 일도 많았다. 부정적인 기사가 발생하더라도 ‘치명적’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이상엔 ‘우는소리’를 하며 기사 톤을 완화하거나 삭제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기사를 쓴 매체에 맞서거나 ‘출입기자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일종의 ‘레드카드’를 꺼내는 게 맘 편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아쉬울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나마 지상파 중 민영방송사 SBS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친절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후로도 MBC나 KBS의 홍보방식이 바뀌진 않았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의 주연배우로 나섰던 윤시윤. 윤시윤은 JTBC의 동시간대 전작 '욱씨남정기'의 마지막회에 특별출연해 후속작인 '마녀보감'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CJ E&M-JTBC, 마케팅 적극 도입

방송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 건 CJ E&M이다. tvN과 Mnet을 통해 ‘슈퍼스타K’ ‘응답하라’ 시리즈 등 빅히트 콘텐츠를 내놓으며 지상파를 압박했다. CJ E&M은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던 본사의 경영 방식대로 채널 운영에 있어서도 마케팅을 도입해 가열찬 홍보를 했다. 

홍보 파트가 언론 및 대중 여론을 관리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집중했다면, 마케팅 파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채널과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CJ E&M의 방송 중 채널 CGV가 ‘최초 공개’란 단어를 남발해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이 역시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쓴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로 인해 어느 정도 채널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 건 사실이다. 

또한, tvN 드라마 홍보와 마케팅에 ‘올인’하면서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오! 나의 귀신님’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등 킬러 콘텐츠를 내놓던 시기에 미리 준비해둔 다양한 콘셉트의 영상물로 대중에 어필했고, 포스터 등 온라인에 공개되는 이미지에도 힘을 줘 방송 전부터 기대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홍보와 마케팅이 적절하게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이후부터 방송계 전반에 홍보의 중요성, 그리고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내놓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알리느냐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사실 종합편성채널 중에는 개국 후 한동안 홍보팀도 만들지 않은 방송사도 있었다. 영향력 있는 신문사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라 은근히 자만했던 듯하다. 그러다 콘텐츠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이미지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자 비로소 홍보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종합편성채널의 홍보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이유다.

그중 JTBC는 홍보뿐 아니라 마케팅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CJ E&M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인력을 채용했다. 그리고 슬슬 판을 키워 SNS 등 디지털까지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와 마케팅 작업을 시작했다. 인력 등 스케일을 따지자면 CJ E&M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JTBC 역시 만만찮은 공세를 펼치며 최근 방송계 홍보마케팅의 선례를 남기고 있다. 디지털과 오프라인 마케팅, 그리고 홍보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조화를 이뤄 ‘비정상회담’이 히트 콘텐츠가 되는데 일조했고, ‘냉장고를 부탁해’와 드라마 ‘밀회’ 등의 성공에도 큰 도움을 줬다. 이후로 타 방송사들도 홍보에 대한 생각을 바꾸며 전투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각 방송사별로 홍보팀의 조직체계를 바꾸며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tvN 드라마 '기억'의 대본리딩 현장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배우들. 

대중 체감 가능한 수준의 가열찬 홍보마케팅 시작

굳이 방송사의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건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예능이나 드라마 등 콘텐츠의 인기에 따라 팬층이 형성되곤 하는데, 가령 ‘나는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떨어진다’고 느낄 때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대중이 느끼는 것과 달리 홍보와 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을 때 홍보와 마케팅이 투입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콘텐츠의 수준이 떨어지는데 홍보와 마케팅으로 경쟁작을 이긴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대중이 홍보에 대한 말을 자주 꺼내는 건 그만큼 해당 콘텐츠 관련 기사와 댓글 등을 열심히 챙겨보며 ‘홍보가 잘 되고 있나’를 살펴봤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자신이 보는 기사나 온라인의 다양한 콘텐츠마저 홍보와 마케팅에 의해 발생한 것이란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다.방송사별로 홍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재미있는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 4월 JTBC는 상승세를 타고 있던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의 붐업을 위해 출입기자들을 대동하고 촬영현장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출입기자들에게 일정을 공지하고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불과 이틀여 남은 시점에 CJ E&M도 동시간대에 방송되던 자사 드라마 ‘기억’의 현장 간담회 공지를 내보냈다. 누가 봐도 라이벌에 대한 견제였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욱씨남정기’의 주연배우 윤상현이 자신감을 드러내자, 실시간으로 올라온 스트레이트 기사 내용을 전해 들은 ‘기억’의 이기우가 이를 반박하는 말을 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장난스러운 뉘앙스였지만 홍보 담당자들은 혹여나 오해가 발생해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고심하며 최대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시간에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애쓰면서도 팽팽한 경쟁구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게 관건이었다. 동시간대 경쟁 관계에 놓인 두 개 방송사 홍보-마케팅 전략전의 한 예다.                                                            


드라마 '밀회'의 포스터. 우아하고 세련된 컷으로 작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최근 드라마나 예능 홍보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플랫폼 중 하나다. 네이버와 다음에 각자 맡은 콘텐츠의 홍보물과 긍정적인 기사를 걸어놓기 위해 각 방송사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전면전을 펼친다.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출입기자나 포털사이트 담당자들과 미팅을 가지는 등 진땀을 흘리며 뛴다. 타사 경쟁작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밀어내고 포털사이트 코너 담당자의 눈에 들 만한 홍보물을 만들어내야 하니 이것도 쉽지가 않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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