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이야기]
요즘 가장 ‘핫’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공유다. 올해 관객 1천150만 명의 ‘부산행’과 750만 명을 기록한 ‘밀정’의 주연배우로 티켓 파워를 과시한 데 이어, tvN 금토 드라마 ‘도깨비’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원래 다작을 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올해 유독 출연작의 공개 일정이 겹쳐 쉴 새 없이 대중과 만나게 됐는데, 마침 작품들이 줄줄이 히트작 대열에 오르면서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솔직히 공유는 높은 호감도와 스타성에 비해 연기력으로 주목받거나 출연작의 성공률이 썩 좋은 배우가 아니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도가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출연작이 ‘중박’ 정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성공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전 평가를 듣던 작품까지 흥행에 실패해 ‘운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래저래 배우로서 어깨가 움츠러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정상의 위치로 올라왔다. ‘쓸쓸하고 찬란하神(신)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풀 타이틀처럼 ‘쓸쓸해질 뻔’했다가 ‘찬란하게’ 돌아와 ‘남神’이 됐다.
‘부산행’, ‘천만배우’ 타이틀 안겨준 영화
올해 공유의 필모그래피에 일대 전환점이 됐던 작품이 바로 ‘부산행’과 ‘밀정’이다. 특히 ‘부산행’은 공유에게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안겨주며 그동안의 ‘중박 인생’을 끝낼 수 있게 해줬다.
사실 ‘부산행’은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연출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인 데다 국내 상업영화 단위에서는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 재난물이라 성공에 대한 확신보다 불안 요소가 더 많았다. 유사 장르의 영화가 주로 할리우드에서 수백억원 상당의 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순제작비 86억원의 ‘부산행’이 얼마나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어낼지도 미지수였다. 어떻게 보면 모험에 가까운 기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관객의 취향을 만족시키며 1천만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앞서 영화 출연작 중 히트작이라고는 460만 명을 모은 ‘도가니’ 한 편이 유일했던 공유가 충무로 ‘흥행배우’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밀정’, 배우로서 ‘스펙’ 키워준 작품
‘밀정’ 역시 공유의 필모그래피에서 흥미로운 작품이 됐다. 출발 단계에서 보면 ‘대박’이란 기대감 속에 진행됐던 영화는 ‘부산행’이 아니라 ‘밀정’이었다. 충무로 스타감독 김지운의 복귀작이었으며 A급 배우 송강호와 동반 출연이라 ‘스펙’ 자체가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공유가 김지운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대배우 송강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배우로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밀정’ 역시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빅히트작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밀정’에서 보여준 공유의 연기, 특히 대사 톤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유가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적합한 연기를 보여줬고 액션 장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드러낸 배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송강호와 맞붙어 대사를 주고받는 신에서는, 특히 이병헌까지 한 화면에 동참하는 순간에 이르러 주연배우 공유의 존재감은 좀체 느껴지지 않았다. 너스레를 떨며 극 중 송강호의 환심을 사는 신에서는 차라리 대사를 최소화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 연기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배우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압도하는 비주얼과 그 비주얼로 보여주는 눈빛 연기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밀정’을 통해 공유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로서 공유의 존재감을 드높인 작품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송강호-이병헌급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유의 위치는 상승했다. ‘스펙’ 좋은 영화 한 편이 공유의 ‘스펙’까지 키워줬다.
‘커피프린스 1호점’, 매력남 이미지 구축해 준 드라마
스타성 높은 배우 공유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작품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는 당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한 것은 물론이고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남장여자 역의 윤은혜 등 여러 인기 요소가 있었지만 그중 공유의 매력을 부각시킨 게 주된 인기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외적-내적 요소를 두루 갖춘 캐릭터를 표현하며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로 떠올랐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전의 공유는 출연작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입지가 불안해진 상태였다. 그나마 몇 편의 드라마나 CF 등을 통해 인기를 유지하며 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공유가 ‘톱스타’나 ‘배우’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 당시를 공유 스스로도 힘든 시기로 꼽는다. 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당시에도 공유는 ‘커피프린스1호점’을 하기 직전까지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아니었다면 지금 대중이 바라보며 감탄하는, 농익은 외모의 매력적인 배우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후로 ‘도가니’에 출연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을 때, 또 ‘용의자’로 고난도 액션을 펼쳤을 때 이를 바라보는 평자들과 대중은 그 시도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두 작품 모두 ‘중박’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으며, 특히 ‘도가니’는 저예산 영화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만만찮은 수익과 더불어 높은 화제성으로 큰 이슈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유에게 ‘커피프린스 1호점’ 시절의 인기와 주목도를 되돌려주진 못했다. 게다가 누구나 ‘잘될 것’이라고 말했던 스타작가 홍자매의 드라마 ‘빅’ 역시 하필이면 공유가 주연을 맡으면서 보기 좋게 실패했다.
‘도깨비’,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인생작’
이런 길을 걸어오던 끝에 결국 공유가 한 방을 제대로 터트렸다. 올해 공유의 운이 충만하단 사실은 ‘부산행’ ‘밀정’에 이어 드라마 ‘도깨비’에서 증명됐다. 집필하는 드라마에서 매번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절정의 인기남으로 만들어 버리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주가가 올라간 터라 공유의 드라마 복귀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높아졌다.
결과는 연이은 영화의 흥행에 이은 또 한 번의 ‘대박’이다. 그리고 이번 ‘대박’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다. ‘도깨비’ 1회에서 공유는 고려 시대 장군, 그리고 도깨비가 돼 1천 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오며 현시대의 깔끔한 남성 이미지까지 번갈아 보여주는 등 ‘원맨쇼’를 펼쳤다. 90분간 특별 편성된 ‘도깨비’ 1회에서 공유는 자신이 꺼내놓을 수 있는 매력을 죄다 공개했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돼 눈빛은 한층 깊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흐트러짐 없는 몸매를 선보이고 있다. 머릿결은 어찌나 튼실하고 숱도 많은지 여심은 물론이고 남성들의 부러움까지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도깨비’의 극 중 공유 헤어스타일이 벌써부터 강남 미용실을 강타하며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공유에게 ‘쓸쓸하고 우울하며 진지하다가도 기쁘고 밝게 웃으며 깨방정을 떨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배우가 한 작품에서 이런 다양한 모습을 고루 보여줄 기회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다. 비지상파에서 방영되는데도 불구하고 3회 만에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어차피 이 드라마는 방영되는 내내 상승세를 탈 것이고 공유의 인기 역시 동반 상승할 게 뻔하다. 특정 작품에서 어색해 보이던 연기도 ‘도깨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맞춤형 드라마를 만난 셈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지울 수 있는 또 다른 '인생작'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수 있는 또 다른 ‘인생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