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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Dec 09. 2016

'푸른바다'박지은 vs '도깨비' 김은숙스타작가의 저력

[대중문화 이야기]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박지은과 김은숙, 현 드라마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두 명의 스타 작가가 복귀와 동시에 놀라운 흥행 파워를 자랑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11월 16일 첫 방송된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뜨거운 화제성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으며, 김은숙 작가 역시 12월 2일 공개된 tvN ‘도깨비’로 저력을 과시했다. 히트작 ‘응답하라 1988’의 첫 회 성적을 넘어서며 tvN 채널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어떤 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했던 참신한 설정과 내러티브로 호평을 자아냈다. 어수선한 시국 탓에 대중문화 콘텐츠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두 작가의 작품은 가공할 화력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인어 심청을 연기하고 있는 전지현


박지은, 웃음과 로맨스 황금비율로 정면 승부

박지은 작가는 코믹과 멜로의 적절한 배합으로 가장 대중적인 완성물을 내놓는 인물이다. 대중을 끌어당길 만한 웃음을 전면 배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집필하기 전 예능 작가로 활동한 이력도 있는데 이 당시 쌓은 감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주로 활용하며 폭소를 자아내다가도 자연스레 멜로 라인을 꺼내 들며 몰입도를 높일 줄 안다.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등 전작의 예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박지은 작가의 신작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와 인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온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벌어지는 인어와 한 남자의 만남을 다뤘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의 절묘한 접점을 찾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작가답게 이번에도 기발한 상상력에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조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꽤나 주목도 높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페인 지로나에서 촬영한 그림 같은 영상으로 일단 시선을 잡아끌었다. 또 인어 심청 역을 맡은 전지현의 좌충우돌 코믹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추격전과 액션신으로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푸른바다의 전설' 스틸컷


박지은+전지현=흥행 성공

‘별에서 온 그대’의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느껴지는 전지현의 ‘원맨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분명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캐릭터를 답습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지현이 보여주는 ‘원맨쇼’가 ‘푸른 바다의 전설’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강점이란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전지현은 출산 이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하며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멜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펼치는 전지현의 코믹 연기도 아직 유효하다. 이런 형태의 연기를 자칫 잘 못했을 경우 오버페이스로 넘어가 보는 이들을 민망하게 만들기 십상인데, 유독 전지현은 이 ‘오버’를 자연스럽게 커버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유사 패턴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박지은 작가가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전지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그 외에도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점이 없진 않다. 특히 이번에는 초반부에 유독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이 많은 데다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겹쳐 지적을 받곤 했다. 남자 주인공 허준재 역을 맡은 이민호가 밋밋한 연기로 캐릭터를 어필하지 못해 집중력을 분산시킨 탓도 크다. 그러나 중반부로 들어서 사건의 전개가 본격화되고 멜로 라인이 강화되면서 상승세에 올랐다.

'도깨비' 2회 엔딩컷


김은숙, 캐릭터와 대사 설정에 탁월한 감각

로맨틱코미디에 강하다는 사실은 박지은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공통분모다. 그럼에도 두 작가의 대사 활용 패턴과 캐릭터 설정 등 전반적인 톤에서는 분명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박지은 작가가 남녀 캐릭터의 조화에 집중하는 반면, 김은숙 작가는 일단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데 신경을 기울인다. 물론 두 작가 모두 ‘조화’에 집중하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박지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여자 캐릭터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남자 캐릭터가 좀 더 부각되는 게 사실이다. 

대사 집필 방식도 다르다. 박지은 작가가 생활 밀착형 대사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김은숙 작가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줄 만한 특유의 말투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시청자에게 어필한다.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시크릿 가든’),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태양의 후예’), “나 너 좋아하냐?”(‘상속자들’) 등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방영되는 동안 매번 귀에 꽂히는 대사로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가 됐다. 

새 드라마 ‘도깨비’ 역시 초반부터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강하게 부각시키고 개별 캐릭터의 특색을 살려주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등 김은숙 작가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 ‘시크릿가든’ 현빈, ‘상속자들’ 이민호-김우빈, 그리고 ‘태양의 후예’를 통해 송중기를 인기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터라 공유와의 만남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공유뿐 아니라 이동욱까지 동반 캐스팅돼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송중기와 진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조합인데, 일단 방송 초반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공유-이동욱 인기, 어디까지 올라갈까

‘도깨비’는 제목 그대로 도깨비 설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가 3년여에 걸쳐 준비했으며 인간에게 복과 화를 주는 도깨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고려시대에서 시작된다.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장군 공유(김신)가 질투에 눈이 먼 왕의 모함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죽지 않는 몸으로 환생해 935년간 도깨비로 살게 된다. 불사의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몸에 꽂힌 칼을 뽑아야 하는데 그 일은 ‘도깨비 신부’만이 할 수 있다. ‘도깨비’ 측은 이 초반부 설정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1회를 90분간 특별 편성해 블록버스터급 대서사시를 보여줬다.



 영화 같은 CG에 진지한 톤의 내러티브 전개,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역시 90분간 진행된 2회에서는 현시대로 배경을 바꿔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이 한집에 살게 되는 과정, 그리고 ‘도깨비 신부’ 김고은과의 만남 등을 그리며 유쾌한 웃음까지 끌어냈다. 2회 말미에 등장한 공유와 이동욱의 워킹 신이 방송 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초반부 캐릭터 어필에 성공했다는 말이고, 향후에도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꽂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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