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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Jan 30. 2017

구심점 잃은 MBC, 신뢰도-위상 격하

[대중문화 이야기]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지상파 3사 중에서도 특히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MBC의 위상이 눈에 띄게 하향세를 타고 있다. 인기 아나운서들과 베테랑급 예능 PD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파업 이후 구심점이 무너진 보도국 역시 제 기능을 잃고 표류 중이다.인지도 높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활동을 위해 회사를 이탈하는 현상은 지상파 3사 전반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지상파 중심으로 돌아가던 방송인들의 경쟁 환경이 비지상파와 외국시장 개척 때문에 확연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능 및 드라마 PD들의 이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최순실 게이트 이후 지지부진했던 보도 기능에 대한 지적도 지상파 3사가 함께 안고 가는 문제다. 하지만, MBC는 타 지상파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탈하는 이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많고 메인뉴스는 시청률이 2, 3%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원성을 들으며 MBC 로고를 가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드라마국도 정윤회 아들인 연기자 정우식에 대한 특혜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이 난감한 상황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MBC 보도국의 한심한 행태를 꼬집은 MBC 막내기자들. 


2012년 파업 이후 구심점 무너져

과거 공영방송 MBC의 뉴스는 지상파 3사 중에서도 특히 ‘공정하고 신뢰성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믿을 만한 뉴스’로 불리면서, 사건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타 방송사와 비교하면 눈에 띌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초 무려 170일 동안 이어진 장기 파업은 MBC에 위기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이 파업은 MBC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사측 관계자들의 부당한 회사 운영 방식을 바로잡고, 공정보도와 공영방송의 기치에 걸맞은 편성을 사수하기 위해 진행됐다.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키며 사장 자리에 앉은 김재철 사장은 MB 정권의 편에서 불공정한 보도를 지시하는가 하면, 콘텐츠 제작 전반에 대해 관여하며 MBC 제작진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이로 인해 이어진 파업은 수차례 유사한 이유로 반복됐으며 2012년에 이르러 크게 확대됐다. 대선을 앞두고 대놓고 정부 여당 편향적 보도가 이어지면서 보도국 기자들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이어 아나운서국과 각 부서 PD, 그리고 행정부서 관계자들까지 동참해 배수의 진을 쳤다. 이 일로 인해 파업에 동참한 이들이 대거 그들이 있던 자리에서 한직으로, 또 회사 밖으로 밀려나갔다. 보도국은 기자들의 빈자리를 사측의 입장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시용기자들로 대체했다. 퇴사한 PD의 자리도 시용PD로 채웠고, 해고되거나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아나운서와 작가들의 공백도 프리랜서로 메웠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에 구심점이 무너지면서 MBC는 특히 보도의 균형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도 MBC는 이렇다 할 특종 하나 내놓지 못하고 타 언론의 기사를 받아 축약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국민 여론이 ‘진실 추적’과 ‘부패한 권력 타파’를 외치는 데도 대놓고 이에 반하는 뉘앙스의 보도로 빈축을 샀다. 지금도 여전히 최순실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보도에 집중하며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MBC 로비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MBC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 이어져

이에 MBC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사장과 보도책임자 사퇴를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MBC 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직 사의를 표명했던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도 12월 11일 “MBC뉴스에 보내주는 따끔한 질책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 앵커로서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을 남기고 하차했다.4일 MBC의 3년 차 막내기자들은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홀한 보도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입장을 담아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영상을 통해 “MBC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기를 멈추지 말아달라”며 “젊은 기자들이 더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MBC는 JTBC가 입수한 태블릿의 출처에 대해 끈질기게 보도하고 있다. 최순실의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다시 의심된다고 수차례 번복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메인뉴스 시청률이 2%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보도본부장은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고 간부들을 격려한다”며 한탄했다. 또한, “앞장서 정부를 비판하고 뉴스를 이끌던 선배 기자들을 못 본 지 오래됐다. 5명이 해고됐고, 50여 명이 쫓겨났다. 지금도 매일 집회를 하는데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MBC 보도국은 이들의 행동을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 이에 분노한 90여 명의 보도국 기자들이 막내 기자들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측에 맞섰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주도한 JTBC를 의식한 듯 KBS도 MBC와 유사한 성명을 발표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SBS 메인뉴스는 아예 JTBC ‘뉴스룸’의 포맷을 차용해 개편을 시도했다. 사실 여러모로 지상파 3사 보도국이 벼랑 끝에 서게 된 셈인데, 어쨌든 그중에서도 벼랑 끝 가장 끝자리에서 간신히 손가락을 걸치고 있는 게 MBC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자리 보존을 위해 사측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들, 그리고 언론인의 사명감과 의무에 대해 말하며 싸우는 이들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MBC 보도국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DMC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MBC 사옥 앞 


베테랑 PD들의 연이은 이탈  

이 와중에 제작부서의 베테랑 PD들도 하나둘씩 MBC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문제다. 최근엔 ‘무한도전’의 제영재 PD, 그리고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 ‘능력자들’의 조희진 CP가 사의를 표명했고 ‘우리 결혼했어요’ ‘라디오스타’ 등을 이끈 황교진 PD도 MBC를 떠나게 됐다고 알려졌다. 이미 ‘아빠 어디가’ ‘나는 가수다’의 김유곤 PD, ‘쇼 음악중심’ 유호철PD, ‘놀러와’ 신정수 PD 등 10여 명의 베테랑 PD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낸 상황에서 또다시 불거진 ‘줄사퇴’다.

드라마국은 정윤회의 아들인 연기자 정우식의 특혜 캐스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이 ‘사장의 오더’라며 정우식을 캐스팅하라고 현장 제작진에 압력을 넣었다고 알리며 한탄했다. 사실 무명에 가까운 정우식이란 연기자가 프라임타임대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꿰찬 것뿐 아니라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몸값을 챙겼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은 대한민국 유수의 미디어 및 IT 기업들이 집결된 곳이다. 넓디넓은 터에 으리으리한 각 방송사의 본사 및 계열사 건물들이 지어져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중에서도 MBC 본사 건물은 그 스케일 면에서 타사 건물을 압도한다. 넓이와 높이, 그리고 확보한 부지, 건물 디자인까지 단연 ‘상암동 대장’의 면모를 자랑한다. 가시적으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그 건물, 그 회사 안에서 소속을 부끄러워하고 시름에 잡기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하나둘 주요 인력들은 떠나가고 공영방송 MBC는 오직 자기 밥그릇만 부여잡고 있는 이들에 의해 돌아간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다를 바 없어 안타깝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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