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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Jan 30. 2017

'푸른바다' vs '도깨비', '도깨비'의 압도적 승리

[대중문화 이야기]

                                                                                                                                                                                                                                                                                                        

최근 방송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박지은과 김은숙, 두 스타 작가의 대결이었다. 동 시간대는 아니지만 같은 시기에 각각 신작을 내놓고 경쟁하며 화제가 됐다. 박지은 작가가 집필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지난해 11월에 먼저 공개됐으며 1월 셋째 주 현재까지 거의 모든 회차를 마무리하며 20%대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내놓은 tvN ‘도깨비’는 ‘푸른 바다의 전설’에 이어 12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16부작으로 기획됐고, 역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비지상파에서 방송되는데도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 편의 모두 가시적으로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승패가 뚜렷하게 갈라지는 부분이 많다. 마지막 방송을 앞둔 두 편의 화제작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며 승자와 패자를 나눠봤다. 종합적인 결과를 말하자면, 단연 ‘도깨비’의 압승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 vs ‘도깨비’ 김은숙

이 대결은 내러티브 전개와 캐릭터 및 에피소드 구성력, 좀 더 나아가 캐릭터와 배우의 매치 등 두 스타 작가의 역량을 살펴본다. 이 부문 경합은 사실 두 편의 드라마가 중반부까지 가기도 전에 결론이 나왔다. ‘도깨비’ 김은숙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KO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창의력’을 살펴보자. ‘도깨비’는 설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 멜로와 접목시키며 기존에 볼 수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시선을 잡아끄는 비주얼과 개성 넘치는 성격으로 보는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 그리고 도깨비 신부 등 주·조연을 망라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 심지어 단역에 가까운 잡귀 캐릭터까지 흥미롭게 만들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사실 필자는 공전의 히트를 친 김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작품의 성공과는 별도로 내러티브 전개 방식과 디테일에 크게 실망했다. 신예 김원석 작가의 원안에 김은숙 작가가 힘을 보태며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작품’을 살려낸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현실성 떨어지는 캐릭터를 내세우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건 큰 실수였다. 제아무리 메가 히트작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혹평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단독 집필작 ‘도깨비’를 통해 ‘사실 내 레벨은 이 정도’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본인의 주특기라고 할 만한 ‘반복적 대사를 활용한 유희’를 대폭 줄였고 멜로의 비중 역시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며, 전작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사극 톤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본인의 한계를 넘어선 작업이다. 이쯤 되면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굳이 디테일을 따지고 들어가면 지적할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건 국내 드라마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푸른 바다의 전설’은 박지은의 전작 ‘별에서 온 그대’ 스토리 구성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식상한 느낌을 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내러티브, 초월적 존재와 평범한 인간의 사랑, 그 사이를 방해하는 악인 등 배경과 배우만 바뀌었을 뿐 전작과 유사한 부분이 넘쳐난다.

여기에 홍진경 등 ‘별에서 온 그대’의 조연 캐릭터와 배우까지 그대로 옮겨와 전작의 번외 편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디테일이라도 살아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은 한계가 뚜렷한 내용을 20부작으로 길게 펼쳐 지루한 느낌까지 준다. 국내 최고 몸값을 받는 스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넘쳐난다.



‘푸른 바다의 전설’ 이민호 vs ‘도깨비’ 공유

‘도깨비’가 1라운드에서 KO 승을 거뒀다. ‘도깨비’의 주연 캐릭터 김신을 연기하고 있는 공유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소질을 가진 김은숙 작가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끌어냈다.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이병헌 등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대배우들과 동반출연했다가 점수가 깎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도깨비’에서는 작품에 최적화된 톤을 찾아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연기를 보여줬다.

‘푸른 바다의 전설’ 이민호의 상황은 판이하다. 주연 데뷔작 ‘꽃보다 남자’에 비교해, 요즘 말로 ‘1도 나아지지 않은’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캐릭터 이해력, 대사 소화력, 표정 및 감정 묘사 등 어느 하나도 ‘프로 연기자’라고 이해하기 힘든 수준을 보여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촬영현장에서 단역이 필요할 때 스태프들에게 맡기면 대개 연기 경험이 부족한 단역배우들보다 더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곤 한다. 이민호가 그보다도 못한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망쳤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vs ‘도깨비’ 김고은

이번 경합은 무승부다. 김고은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은 만만치 않았다. 희로애락을 두루 표현하며 감정의 굴곡을 유연하게 넘나들었고 특유의 애교 넘치는 모습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구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지현의 역량과 주목도에 미치진 못했다.솔직히 전지현의 이번 연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영화 ‘베를린’ ‘암살’ 등을 통해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 폭을 넓혔고, 한편으로는 ‘도둑들’과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란 배우만 소화할 수 있는 통통 튀는 캐릭터를 구축시켰다. 과거 ‘엽기적인 그녀’에서부터 이어진 이 왈가닥 캐릭터는 전지현 외 타 배우가 연기했을 때 ‘오버’라는 말과 함께 혹평을 끌어낼 확률이 다분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전지현은 ‘오버’를 ‘오버스럽지 않게’ 보여주는 능력이 있어 이러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다만,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상대 남자배우의 연기력과 내러티브가 받쳐주지 못해 전지현 역시 ‘원맨쇼’로 버틸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연출-조연 캐릭터 대결 

역시 ‘도깨비’의 승리다. '푸른 바다의 전설’을 연출한 진혁 PD는 아쉽게도 작가의 흐트러진 필력과 남자 주연배우의 연기력을 충분히 보완할 만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반면, ‘도깨비’의 이응복 PD는 그림 같은 미장센을 구사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역대 최고’라고 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을 고려할 때 감독의 존재가 드러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응복 PD는 ‘태양의 후예’에 이어 ‘그 어려운 걸’ 해냈다.소위 ‘첫 번째 주연’ 외 타 주조연급 캐릭터들의 존재감과 활약상을 살펴봐도 ‘도깨비’가 우월하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구심점이 돼야 할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무너지면서 그 외 주-조연 캐릭터까지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연기력을 따지기도 민망한 수준의 연기자가 투입돼 보는 재미를 떨어트리는가 하면 중요한 악역 캐릭터 역시 비중이 어정쩡해 균형을 망가졌다.하지만, ‘도깨비’는 남녀 주인공 외 이동욱과 유인나 등 ‘서브 남녀 주연’의 비중을 적절히 안배해 보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동욱은 공유 못지 못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대표작을 갈아치웠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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