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참 좋아해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설레임과 새로운 경험들이 일상의 선물과도 같으니까요.
특히나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좋아해요. 포근하고 사부작 거리는 이불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천천히 창문으로 걸어가 커튼을 활짝 걷고, 창밖의 세상을 보며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즐거운 기대감을 갖게 되지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른 아침 눈을 뜨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유명한 관광지나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상관 없어요. 그곳이 어디든 여행을 떠나면 특별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여행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정했다면 요즈음에는 숙소를 먼저 정하고 그 주변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숙소가 주는 경험적 가치들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집에서 이루지 못한 일상의 로망들을 여행지의 숙소에서 경험해 보고 싶어서, 살아보고 싶어서, 숙소라는 곳은 그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저도 숙소를 정할 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는 다른 형태의 숙소를 선택해요. 발코니에서 문을 열면 바로 수영장으로 연결되는 호텔이나, 복층으로 된 팬션을 등,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숙소를 선택해서 단 며칠이든 살아보는 거지요.
얼마 전에는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아담하지만 예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느낌의 숙소로 정했고요. 거실의 창을 열면 바로 데크가 있고 초록 잔디가 빛나는 예쁜 마당이 이어졌어요. 그곳에서 아이들과 실컷 뛰어 놓고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누워서 햇살도 마음껏 누려보았습니다. 늘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제가 단 며칠이라도 그 바램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평범했지만 모든 시간이 다 좋았습니다.
집이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평범한날이더라도 작은 차이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치 여행지에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집이기를요.
몇 년 전 어느 겨울의 아침이었어요. 새벽에 깼던 아이는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라디오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왔지요. 그때 영화처럼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렸고, 저의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들려있었어요. 이내 새하얗게 쌓인 눈은 언젠가의 강원도의 숙소에서 바라보던 시간을 떠오르게 하면서 마치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평범한 날이었고 여느때와 똑 같은 집이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면서 드라마틱한 경험이 되었으니까요. 그때 생각이 들었어요. 아, 집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저는 종종 집에서 여행지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요.
여름날 주말에는 쿠바음악을 신나게 틀어놓고 커다란 잎사귀 형태의 식물들을 잔뜩 사와 식탁위에 올려 놓고 원색의 아트포스터를 벽에 붙여 놓기도 하면서 이국적인 느낌으로 기분을 내는 거죠.
가끔씩 호텔의 조식을 먹듯이 식탁위에 다양한 과일들과 주스,
팬케이크, 소시지 등을 잔뜩 차려 놓기도 하고요.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집안에서 경험해 보면서 일상을 변화 시켜보고는 합니다. 이런 날들이 모여 조금씩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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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 쓴 글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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