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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날개 Jan 21. 2020

성공을 허 하노라

성공했을 때 다가오는 사람들

강산이 두 어번 바뀌었을 때, 

소식 끊긴 회사 동료를 찾아보겠다고 펼친 페이스북에서 그를 발견한다.

이름 하나 입력했을 뿐인데, 세상에 그 사람 혼자인 듯 존재감 있는 얼굴의 사진이 떴다.

삐삐 시절 만나고 기억조차 나지 않던 선배인데,

세월의 흔적은 비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아이덴티티는 살아있었다.

메시지를 보냈다.

답이 없다.

긴 여행을 떠난다.

타지에서 메시지를 열어보지만 답이 없다.

프로필 사진만 걸어놓은 채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나였기에

그도 그러할 거라는 생각,

바쁠 거라는 생각,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요즘 세상에 연락하면 다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리는 그때 아이엠에프를 앞둔 시절 힘겹게 회사를 다녔고,

그 와중에 신나고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려고 애써왔기에.

회사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그때 힘을 합쳐서 의기투합했던 그 동료를 잊을 수는 없기에.

하지만 힘겨웠던 시절, 그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지금 힘겨운 삶에 놓여있다면 더더욱 그럴 수 있겠지.

동창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무리 힘드네 마네 해도

적어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힘겨움 속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사람을 만나러 나오지 않는다.

문득, 그가 나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나는 그간 이름을 바꾸었다.

바뀐 이름으로 프로필이 떴고,

나는 그새 익숙해진 이름으로 그에게 노크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것도 있었다.

그는 어느새 

세상이 알 만한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깜깜한 소식 속에서 만난 반가운 사연.

그리고 그의 자료 속에 발견한 또 다른 이야기.

힘겨운 삶 속에 놓여 있던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것.

다시 자신의 삶에 기도밖에 할 수 없었던 시간을 보내고

결국 천사의 손길처럼 그는 기회를 부여받아

지금의 그가 되어있었던 것.

감동 속에서 나는 눈물을 쏟았다.

내가 힘겨운 삶에 놓여 있던 그 시간 동안, 

그도 힘겨운 삶을 버텨왔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 험난한 삶을 넘어왔던 것.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산을 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끝이 어디에 도달할지 모르는 산, 

넘을 거라는 희망도, 넘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저 얼어 죽을지 모르는 시간들만 죽이고 있었던...

다시 살 수 있으리라는 믿음마저 떨어져 나간 그때.

그래도 걸어야지. 멈추면 죽기에, 

걸어야지 하며 걷고 있는 그때...

그의 답장이 날아온다.

어쩌면 동창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처럼,

그의 성공을 먼저 알았다면

나는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버텨온 시간들을 

그가 온전히 버텨온 시간들을 묻기로 한다.

긴 여행이 끝나면 밥을 먹으며 오래도록 묻혔던 인생 이야기를 퍼내리라.

죽음에서 길을 찾은 그가, 어떻게 빛으로 나아갔을까.

세상의 성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가 죽으려다 살아났던 그 순간의 깨달음을 알아야 했다.

두 어 달 후 만난 그가,

오랜 시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일어설 차례라고 알려주던 그.

자신이 이때  나를 만난 이유가  아마도 도우라는 메시지 아니겠냐는...

하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너도 성공한 다음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 나는 많이 당했거든.

성공한 다음에 만난 사람 중에 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안다. 

우리는 그때 힘겨운 시간 속에 놓여 있었고, 

연락조차 끊겨버린 상황.

순수했던 그 시절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기쁨이라는 것.

그는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다 털어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래전부터 걱정을 했다.

내가 성공한 다음에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진실된 사람들일까.

그러다 문득, 성공을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그에게 답한다.

일단 성공부터 하고 고민해볼게.

성공을 고민만 하면 성공은 문 앞에서 노크조차 하지 못한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성공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일까.

삶을 놓으려던 사람이... 

다시 삶은 살아볼 만하다는 것.

그것만으로 성공이라고 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물리적 죽음 뒤에 깨어나

삶의 기적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거짓말처럼 만난 동료...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만난 인연...

나는 그에게 말한다.

그때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만났네. 살아있어 줘서 고맙소.

그러자 그가 답한다.

역시 살아서 고맙다는...

여행 끝마치고 만나자고 한 녀석이

소식 끊겨 답이 없어서 걱정했더니,

그 사이 죽은 뒤 살아났다니...

20년도 넘게 만나지 못한 인연,

두 달을 기다려야 했고,

2주 동안 연락이 끊겨서 답답했다는...

누가 보면 연인처럼 애틋한 대화 같지만,

사실 우린 힘겨운 시절 장난꾸러기처럼 광고회사를 다닌 동료일 뿐...

그저 그때의 나를 추억하고 있을 뿐이다.

힘겹지만 대차게 살며 핫 하하 웃어대던 시절의 나...

그 역시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수다가 끊이지 않았기에.

우린 서로 바라는 게 없지만, 

예전처럼 재미있게 잘 살자는 말을 건넨다.

성공한 뒤에 만난 사람들...

그 속에 그의 순수한 빛이 있다면...

나는 그들의 진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그 오랜 인연 앞에 섰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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