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녀석이 혼자 옷을 입다가 발랑 뒤집어지더니 “쉽지 않은 걸, 쉽지 않은 걸 “ 이라며 연타를 쳤다. 언니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누군가 매일 옷을 입혀주던 아가에게는 혼자서 바지하나 입기 쉽지 않다.
혼자서 옷을 입는 건 너무 쉬운 나이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일은 어렵다. 갈수록 어렵다.
최근 시국을 보면 참 이럴 수 있나 어이없고 화가 날 때가 많다. 모두가 기본선을 지키며 공동체로서 노력하는 건 아니구나. 오롯이 자익을 위해 타인을 죽일 수도, 짓밟을 수도 있는 거구나. 참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런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가능하단 말인가. 어쩌면 그게 잘못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얼토당토 하지 않는 세상에 갇혀있다가 이번 사태로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인지도.
반면 이 추운 날에 탱크와 총기를 맨몸으로 막고 있던 시민들을 본다. 그들에게 있어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이기에.
헌법, 민주주의, 정의.
나의 이기적인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이며, 그 누구도 그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서로의 약속이며, 공동의 선의일 테다.
어찌 보면 당연해서 깊이 생각조차 못한 것들이었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의 약속을 모두가 지키고자 거리로 나가 투쟁하는 모습은 참 경이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이전 탄핵시위 때는 참여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한 게 맞다.
그 언젠가 누군가 왜 가지 않았냐 물었고, 그 당시 내 삶이 너무 힘들어서 무언가 신경 쓸 수 없었다는 변명을 했다. 그리곤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또다시 촛불시위를 할 일이 생기면, 그땐 꼭 변명 없이 가야겠다 다짐했다.
이번에도 어린 친구들이 거리에 나가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애쓰는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백날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얼 할 수 있을까.
허리디스크로 오래 서있을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만큼은 부끄럽지 않으려 한다.
사는 일이 어려워서 매일을 잠 못 드는 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고작 작은 행동이지만, 그 큰 마음들에는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