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학교 출신이다. 공부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엄청나게 못하지도 않았다. 딱 중간. 그냥 중간쯤 해냈다. 대학교에 가야 행복하다는 시절이었으니, 무조건 대학을 잘 가야 인생이 성공한다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랐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어떤 대학에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만 했다. 성적도 애매한데,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하니 결과적으로 지방대에 간 것이 내 인생의 성적표가 된 것이다. 딱히 되고 싶은 게 없었으니 더 그랬다.
20대가 된 갓 성인으로서 대학교라는 ‘자유’에 더 집중하게 된다. 시간표를 내가 직접 짤 수 있고, 학교에 7시에 가서 저녁 10시까지 있던 미친 시절을 지나(그땐 야간자율학습이 필수였다), 하루에 3시간만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심지어 가지 않는 날도 생긴다.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살 수 있는데 인생이 어려울 게 없다. 돈도 벌게 되면 노느라 더 정신없다.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이 고민을 하는 순간 취업준비를 시작한다.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망한 인생’ 같다. 실제로 졸업 후 전공이 맞지 않거나, 취업이 힘들어서 전공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학교는 왜 간 건가, 왜 원하지도 않은 학과에 온 건가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무엇이 되겠다 미리 정해둔 사람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에 합격한 친구도 있었다. 집에 돈이 많아서 부모님이 카페를 차려줬는데, 쫄딱 망한 사람도 있었다. 결국 모든 사례를 종합해서 도출한 결론은 성공한 삶의 기준은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노력한 사람’인가 아닌가의 차이였다.
물론 좋은 대학에 가서 곧바로 대기업에 취업해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이고도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에 간 사람들은 더 잘 사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 역시 이유는 같다. 대학에 가기 위한 노력이 결국 다른 삶의 태도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의 차이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창 시절의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냥 무조건 이유 없이 좋은 대학에 가서 공부로 성공해야 인생이 잘 풀린다’는 말뿐이었다. 대학에 가서 도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는 대학에 가서 고민하면 된다고 했다. 막상 대학에 가보니 대학교는 나를 위해 해주는 것이 딱히 없었다. 대학교의 ‘자유’는 인생을 설계하는 자유도 포함이었으니까. 자유를 누리지 못한 폐쇄적 환경에서 10대를 보내게 해 놓고, 갑자기 자유에 던져진 순간 당황스럽다. 자유도 누려봐야 안다고, 자유를 즐길 줄은 알지만 책임질 줄은 몰랐다.
20대로 다시 돌아가서,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이다. ‘이것저것 경험해 보기.’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늦어졌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직 시간은 많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평소에 관심 있었던 것 사소한 것 하나부터 시작해 보면 좋겠다. 만약 평소에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었다면,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해서 휴대폰 어플로 편집해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유튜브에 업로드를 해보기도 하고, 영상 제작의 흥미나 재능을 탐색해 본다. 할 수 있는 관심사를 할 수 있는 만큼 경험해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다양하게 경험해 보기’이다. 마음껏 공부도 해보고, 실컷 놀아도 보고, 여행도 가고, 법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한 일들을 해보면서 경험을 쌓아보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다. 단지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으니, 그 자유 안에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야 말로 융복합 시대 아니던가. 하나만 잘해서는 힘들다. 다양한 경험을 엮어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나가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이다.
대신 중요하고 잘하는 일이 생겼다면, 꾸준히 계속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나의 경우 블로그를 3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블로그는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다. 글 조회수도 낮다.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조회수도 낮고, 공감수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이유는 개인적 스트레스 해소용, 기록용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남들이 많이 봐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여전히 낮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글을 엄청 잘 쓰게 된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직장 업무와도 연결되어서 문서작업이 크게 어렵지 않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한 가지를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늘고 길게 전략이랄까. 가는 것들이 여러 개라도 가는 것을 꾸준히 하면 여러 개가 뭉쳐져 굵어지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일단 경험해 보라’는 것. 20대야 말로 경험해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의 발판을 여러 곳에 걸쳐두는 가능성 많은 무궁무진한 우주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