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친절한 하루

by 서쨍


고된 하루를 마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


녹초가 된 몸을 먹이고, 씻기고, 지저분한 주변을 정리하면 벌써 자리에 누워야 할 시간이다.

하루 온종일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는데 소모한다. 일을 하면서도 수많은 대화, 표정, 몸짓 등이 오간다. 직접 보기도 하고, 지레 짐작하기도 한다.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모든 것들이 소모적이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나와의, 타인과의 여러 생각과 감정들을 수시로 공유해야만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스스로 견디고 이겨내야 할 순간들이 넘친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그 모든 것들을 대부분은 의연하게 넘길 줄 알게 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감정 또한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는 감정들을 또 해소해야하는 몫도 다 내것이다. 정말 하루하루를 버텨낸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꼭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나와, 내면과, 작은 행동과, 사소한 움직임 등 모든 것들을 해내야만 오롯이 ‘오늘’이라는 몫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를 잘 버틴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예전부터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고생했다. 진짜 오늘 힘들었는데, 잘 버텼네.’

라는 식의 나를 위로하거나 격려해 주는 말 따위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지만, 이것 또한 습관이 되면 꽤나 도움이 된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의 사소하거나 큰 일을 끝내고 나서 상대방에게는 꼭 건네는 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혹은 ‘수고하셨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고맙습니다.’ 따위의 감사의 말들은 때론 관성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말의 진심이 들었건 아니 건간에 어쨌든 관성적으로 타인을 위해 기어코 해주는 말들이다.


그 말들을 나 스스로에게도 해준다.


정말 고단한 순간에 넋두리라도 하듯이 내뱉는다.

‘어휴 오늘 진짜 고생 많았다. 힘들었는데 잘 지나갔네.’

나 스스로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


생각해 봐라. 진짜 고생했지 않은가?

아침에 눈떠서 일어나고, 밥 먹고, 얼굴을 씻고, 양치를 하고, 화장실만 가도 해야 할 일이 수만가지다.

근데 출근해서 하루 온종일 일에 시달리다가 수많은 감정노동과 여러 갈등과 고민의 순간들을 기어코 이겨내고

결국 나 스스로 온전히 오늘 하루도 생존해 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스스로에게 자꾸 말해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네. 고생했다.’고 말이다.


그 이상 뭘 더 잘 살아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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