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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저냥 ㅏ랑 May 16. 2019

존 케일 예찬

'존 케일'과 '내한'. 설마 서로 붙을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한 단어들, 그래서 바라지도 않던 일. 너무 오랫동안 고독하게 그를 '덕질'했다. 약 한 달 뒤인 6월 9일에 그가 한국에 온다. 황소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나는 그(들)를 만나러 철원에 갈 것이다. 


존 케일을 정말 좋아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패밀리는 (니코도 포함해서) 다 굉장하지만 그 중 단 한 명의 천재를 꼽는다면 주저없이 존 케일을 꼽으리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위대한 유산을 존 케일이 혼자 힘으로 일궈냈다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누구 지분이 더 크냐'는 것 만큼 하등 쓸모없는 '논쟁'도 얼마 없지만 존 케일이란 존재가 그 '논쟁'을 더더욱 난해하고 나아가 쓸모없게 만든다. '존 케일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현대음악적인 전위성을 부여했다'는 보편적인 주장은 [Vintage Violence], [Paris 1919], [Sabotage/Live], [Music for a New Society]가 (순차적이지 않게) 공존하는 디스코그래피 앞에서 어딘가 의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광기로써 세계의 분열적 측면에 가닿고자 했다. 그건 동료였던 루 리드가 허무주의로써 세계의 기괴한 측면을 끌어안고자 한 것과는 다른 태도인데, 이 때의 광기란 (리드가 '아직' 천착하던) 세분화된 심상 혹은 리비도라기 보다는 그것들의 양상, 즉 한 인간의 일방향적 동일성을 급진적으로 흐트러트리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존 케일은 어떻게 광기의 이러한 측면을 미적 질료로 삼는가? The Gift에서 서로 완전히 상반된 음성을 내뱉는 스피커에서 [Paris 1919]의 '끔찍한 것의 (지나친) 서정성', 그리고 케일 특유의 (과장된 보컬로 이루어진) 괴랄한 유머에 이르는 무수한 왜곡적 배치들이 그 방식이다. (여기에 그가 프로듀서로서 밴드 자체의 광폭한 리비도를 둔한 질감의 사운드스케이프 속에 희석시킨 [The Stooges]를 함께 논할 수 있으리라) 말하자면 간격 혹은 간극의 방법론. 이는 운동-반 운동간의 격렬한 대결로 하나의 '흐름'에 균열을 냄으로서 세계의 분열적 측면을 향한 길을 만들려는 형식이며, 곧 그가 포착한 대중음악의 역량이다. 내 생각에 그의 천재성이란 바로 여기서부터 발현된다.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경력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니코의 [The End]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음들이 쉴새없이 귀를 찌르는 광경 속에서 니코는 (감정을 재현하는) 배우나 (시점을 재현하는) 영매가 아닌 보컬리스트의 길을 개척하려는 듯 노래한다. 케일이 대다수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도 한 -신시사이저는 브라이언 이노가, 기타는 필 만자레나가 연주했다- 이 앨범은 아마 이 이후에 공허와 불안을 함께 구현하고자 한 모든 음악가들, 가령 스콧 워커나 스완즈나 예니 흐발같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을 게다. 


물론 스티비 알비니가 말했듯 그의 스튜디오 앨범 대다수는 '뻐렁치는' 순간이 한 두 군데 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70년대 앨범들은 좋다- 그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건 스튜디오 앨범이 아닌 라이브다. 앞서 말한 그의 괴랄한 유머가 완전히 분출되는 건 대개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굳이 21세기 이전으로 갈 필요는 없다. [Circus Live]도 충분히 훌륭한 라이브 앨범이다. 단단한 멜로디부터 기묘하게 녹아내리는 구조까지, 존 케일의 현재를 엿보기에 이만큼 좋은 물건이 없다. 특히 Gun은 원곡보다 이 버전이 더 좋다. 물론 스튜디오에서 손을 좀 많이 대긴 했다만, 딱히 흠이라 할 건 아니다. 


패티 스미스의 My Generation 커버. 원곡 혹은 더 후의 라이브 버전들보다 몇 갑절은 더 뜨거운 난장판. 그 중에사도 패티 스미스가 "존 케일!"이라고 외치자 터져나오는 그의 베이스 솔로가 압권이다. 그의 솔로 라이브에서 이런 걸 들은 적은 (거의) 없다보니 더 그런 걸지도. 


마지막으로 작년 암스테르담 콘서트. 저 나이에 공연할 때마다 셋리스트 바꾼다던데 진짜 대단하다.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해서 참 좋고, 그 힘으로 곧 내한까지 한다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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