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작가와 어른 매니저의 후반 작업 2 - 표지 만들기
표지를 만들고 있다. 앞표지와 뒷 표지 만들기, 원화 방향과 같은 방향, 꼭 넣어야 할 세 가지인 제목, 작가 이름, 출판사 이름 넣기. 그다음은 모두 자유다.
육 개월 전에도 표지를 만들었다. 작품 계획서를 함께 썼다. 앞표지만 만들기, 방향은 없다. 꼭 넣어야 할 건 두 가지, 작가와 이름을 쓰면 된다.
육 개월 전에 어린이 작가들이 질문했다.
"제목 정해진 대로 꼭 똑같이 해야 해요?'
"아, 뭘 할지 모르겠어요."
"작가 이름이 뭐예요?"
"중간에 변해도 되지요?"
어른 매니저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바뀌는 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을 것 같고, 설명할 건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고 애를 썼고,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아이 앞에서는 나 역시 막막했다. 저 아이는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왜 생각이 안 난다고 하지, 그림책을 갖다 줘도 묵묵부답이네 등등
두 번째 표지를 만들면서, 어린이 작가들은 좀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건 어때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저 가로 방향 맞지요라고 하기도 하지만, 99퍼센트의 질문은 진짜 몰라서라기 보다는 서로 확인하고 확신을 공유하자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려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는 말도 "몰라요."라는 뜻이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요."의 뜻을 지니고 있다.
어른 매니저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원고 마감하고 또 일을 해야 해요, 맞다. 이건 일이다, 라는 아우성을 잠재우는 잔소리 정도만 내 몫이다.
작가들이 많이 바뀌었다.
질문만 바뀐 건 아니다. 표지의 그림이, 제목이, 작가 이름이 바뀌었다. 복잡했던 작가 필명이 단순해지고, 필명 대신에 자기 이름을 표지에 박는 작가들이 늘었다. 무언가 진지해 보인다. 전에 표지 같은 건 만든 일이 없었던 사람처럼, 작품 제목을 정했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어린이 작가들은 작품 제목을 고민하고 궁리했다. 주인공 이름이 등장한다. 주인공 이름이 바뀐 작품이 있으니 당연히 제목도 변한다. 졸업을 앞둔 작가는 육 년의 시간이 담긴 제목을 표지에 적는다. 누군가는 자기 이름을 자신 있게 제목 안에 댬는다. 한 단어로 만든 제목도 있다. 제목이 바뀐 것처럼 그림이 변한 건 당연한 일이다. 작가들은 육 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표지 사이에 무엇이 있었을까?
긴 시간, 많은 일, 다양한 감정, 의도와 우연, 헐거움과 치밀함, 기대와 좌절, 타인과 나, 너무 많은 것들. 너무 많은 것들.
어린이들만 변했을까? 어린이와 함께 하는 어른도 변했을까?
변한 건 당연하고, 어떻게 변했는지, 무엇이 변했는지는 또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들, 너무 많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