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열무의 임대인 어르신은 여러모로 '기록'에 관한 생각거리를 제공하신다. 덕분에 지난 기록 과정에서 찝찝했던 몇 가지가 정리되는 중
1. 임대인 어르신이 일터에 가면 온갖 '물건'이 가득차 있다. 학원 운영 시절의 소식지부터, 각종 상패, 해외여행 관광 사진까지. 벽에 틈이 없고, 바닥에도 틈이 없이 느껴진다. 한 때 지하에서 운영했던 20년 넘는 놀이기구가 건물 주차장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열무 공간 밖은 심란하기 그지 없다.
수납과 정리의 눈으로 보면, 신박한 **를 불러야 할 정도다. 심리적 관점에서도 명확히 어떤 어떤 문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기록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 적어도 한 사람, 혹은 한 사람 이상은 확실하게 그 많은 물건과 기록을 아카비스트의 눈으로 분류하고 정리하고 재해석하고 있다. 바로 당사자 본인이다. 이 사진은, 이 책은, 이 장난감은, 이 페인트통은
3. 의미가 있다. 그 분에게는.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일이다.
4. 어떤 사람에게는? 그 분의 자식들은 어떨까? 그 분의 동거인은 어떨까?
5. 나에게 그 많은 물건은, 임대인 어르신이 임차인인 나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데 사용되는 물건이고, 사실과 거짓을 혼돈스럽게 (저 상패 아무래도 가짜인데 등등) 만드는 물건이라 불편하다.
6. 그러므로
7. 아카이빙은 보편적일 수가 없다(사실 이 세상 뭐가 보편적일 수 있겠냐만)
8. 보통의 예술 작업과 비교한다면, 아키비스트 '본인'의 자의식이 큰 비중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아키비스트의 관점과 지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야 만다. 되고야 만다에 방점
9. 여기서 나 같은 초보 혹은 희망 아키비스트는 혼돈스럽고, 뭐가 뭔지 모르는 바람에 자칫 이상한 늪에 빠지기가 쉽다.
10. "기록할 가치가 있는가?"와 "무엇이든 기록해야 한다"가 왔다갔다 한다.
11. 특히나 동네 아카이빙 작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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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록할만한 가치, 기록해야 할 의무는 싹 지우고
2. 관찰, 탐색, 이해, 해석에 충실하고
3. 하나 하나의 작업에 경계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일 .예를 들자면, 임대인 어르신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르신이 모아 놓은 교육 회지를 간결하게 전시하는 것 까지만, 그 분의 치적과 성과와 따뜻한 미담은 없는 걸로
4. 이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