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복지 현장에 관한 시선 2
“거기 아이들 좀 그렇잖아요.”
종종 듣는 말입니다. ‘거기’는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좀’은 ‘많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종의 반어적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잖아요.’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추측을 해 볼게요. 불쌍하다, 못산다, 다문화다, 험하다, 가난하다, 불우하다 등등
제 추측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맘대로 해석한 저 자신을 반성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쩜쩜쩜.
어느 날은 갑자기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옛날에 할머니와 함께 외국으로 가서 친절한 풍 아저씨를 만났다는 말을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었던 한 어린이가 친절한 퐁 아저씨가 아닌, 외국 갈 때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밤에 비행기 타는 거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5일을 갔는데 첫날과 마지막 날 모두 비행기만 탔다고 투덜거렸습니다. 또 다른 어린이가 해외여행이 아닌 비행기 사고에 관해서 말합니다. 심각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비행기 사고에 관한 설왕설래가 왔다 갔다 한 후에, 다른 어린이가 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베트남에 살기 때문에, 비행기를 많이 탔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자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해서 말합니다. 내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내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골에 계신다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다 불쑥 한 어린이가 자기는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탔다고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속상하다고 말하는데, 아까 자랑을 했던 베트남에 자주 갔던 어린이가 자신이 얼마나 비행기를 많이 탔는지 또 자랑을 합니다.
모두 다섯 명의 어린이였습니다. 모두 같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다섯 명의 어린이 중에는 어머니가 결혼 이주 배경 여성인 어린이도 있었고, 이혼 가정 어린이도 있었고, 유아 시절 무척 아팠던 어린이도 있었고, 문해력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도 있었고, 미디어에 장기간 노출된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비행기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도 이 어린이는 다문화 가정, 저 어린이는 기초학력미달, 또 그 어린이는 주의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가 좀처럼 모여지지 않는, 제각각 말하는 상황이 정신없으면서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이 귀여웠습니다.
다섯 명이 떠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문제가 있는 어린이라는 말은 어디에 가고 없지 않나요? 그냥 시끄럽고 귀엽고 다 다른 어린이들이 있을 뿐입니다.
다 다르다고, 불쌍하다는 말 대신 그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부터 그렇게 말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