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

협력 활동 교안을 소개하면서

by 열무샘

어린이들과 이런 활동도 했고, 저런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활동과 저런 프로그램 중에서, 나누고 싶은 기본 교안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료와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정 수업, 놀이 프로그램, 자기 표현 활동, 놀이 활동 등등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내용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거리기도 했습니다. 꽤 많이 생각하고 나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자!"고


협력 활동을 소개하기로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어린이 복지 현장의 가장 큰 미덕을, 생활에서 협력을 배울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복지 현장의 어린이들은 다 다릅니다. 가정 상황, 살아온 환경, 능력 등등 같은 게 하나도 없는 어린이들이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같이 살아갑니다. 그러니 협력의 기술을 익히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없습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는 약간은 본격적으로, 약간은 폼을 잡고 협력의 기술을 공유하려 합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공동 작업의 결과는 존재하지만, 결과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 활동의 목적입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에서 어른은 협력 활동을 말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이 아니라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안내해야 합니다. 어른은 또 많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어린이의 속도를 지시하는 게 아니라, 속도의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일. 무엇보다 어른은 협력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 ‘놀이’를 방법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놀이는 그 자체로 복잡한, 여러 특성이 있습니다. 놀이는 점수와 순위를 매기고 경쟁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협력 활동에서는 놀이의 성취 지향적 특성을 가능한 줄이려 합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예술’을 방법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어린이들은 예술 행위 앞에서 잘한다, 못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예술이 지닌 특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서로의 다름이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서로 다름이 그 자체로 보편적 특성이 되기도 합니다. 협력 동에서 예술은 그 서로 다름에 초점을 맞춥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프로그램이라는 말 대신에 활동이라는 말을 씁니다. 시간과 공간을 정해 놓고 교안을 실행할 때는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게 느껴집니다만, 어디서든 가능한 교안이라는 의미에서 활동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는 어린이 복지 현장의 어른이라면, 그가 전문 강사가 아니더라도, 실행 가능한 방법이 되었으면 합니다.


<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는 정답도 아니고 오답도 아닙니다. 모든 상황이, 모든 사람이 다른데 방법이 답처럼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린이 복지 교육 현장의 어른이라면 가끔 느끼는 어떤 순간, 갑갑하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작은 제안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라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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