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 활동 4
‘공평’이라는 말이 가끔은 불편합니다.
공평, 공평, 공평—어린이들이 속상할 때마다 툭툭 내뱉는 말.
“쟤가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리는걸, 내가 큰소리 냈다고 뭐라고 하세요? 공평하게 대해줘요.”
“못하는 애를 우리 편에 안 넣겠다는데, 그게 왜 문제예요? 왜 못하는 애만 편드세요?”
그럴 때면 어른인 나는 또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공평하다는 건 말이야, 모두가 똑같이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조건을 인정하는 거란다. 누구나 잘 못 하는 게 있어. 항상 잘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단다." 어쩌고저쩌고, 어쩌고저쩌고.
잔소리의 후반부쯤 가면, 어린이들의 눈동자는 이미 딴 세상입니다. 역시 ‘말’에는 한계가 있어요. 말은 집중 시간도 짧고...
그렇게 시작된 활동이 바로 ‘낯선 협력’입니다.
공평을 외치는 아이들의 아우성을 말로 누르지 말고, 몸으로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익숙했던 조건을 모두 같이 내려놓고, 낯설고 새로운 조건으로 같이 들어가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다 함께 눈을 감고 자기 얼굴을 그려 봅니다. 눈을 뜨고 그림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눈, 코, 입이 제멋대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그것 만으로 유쾌합니다. 눈만 감았을 뿐인데, 어쩐지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 낯섦과 웃음을 바탕으로, 협력이 시작됩니다.
활동 순서
1. 불편한 손으로 자기 얼굴 그리기
평소에 쓰지 않는 손으로 자기 얼굴을 그립니다. 왼손잡이라면 오른손으로!
시작은 함께, 끝은 자유롭게.
2. 눈을 감고 자기 얼굴 그리기
이번엔 눈을 감고 자기 얼굴을 그립니다.
시작은 같이, 끝은 자유롭게.
그림을 다 그린 친구는 눈을 뜹니다. 단, 아직 그리는 친구를 위해 조용히 기다립니다. 다시 그리면 안 돼요.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의 평등’을 느껴봅니다. 조건이 다르면 결과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3. 불편한 손 + 눈 감고 얼굴 그리기
1번과 2번을 합칩니다.
여기쯤 되면 아이들은 이미 활짝 웃고 있어요. 그림은 점점 더 이상해지는데, 분위기는 더 유쾌해집니다.
약간의 소란은 괜찮습니다. 이런 유쾌함은 본격적인 협력 활동의 좋은 조건이 됩니다.
4. 불편한 손으로 공동 그림 그리기
3~5명씩 팀을 나눕니다.
주제를 정합니다. 구체적일수록 좋아요. 예를 들어 지역아동센터라면 '우리 센터', 학교라면 '우리 교실'
불편한 손으로, 의논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이미 충분히 ‘불편한 손’을 써봤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더욱더 부담 없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요.
그림이 완성되면 팀이 함께 제목을 붙입니다.
준비물
종이 (메모지나 A4를 1/4로 잘라 사용해도 좋아요.)
펜 또는 색연필
전지 (팀당 1장)
똑똑똑
이 활동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어른이 왜 이 활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수업이 이상하게 흐를 수 있어요. "왼손으로 그렸는데도 잘 그렸네.” “다음엔 눈을 감고도 잘 그리겠지?" 이런 말은 평가가 되기 쉬워요.
어린이들이 “불편한 손으로 그리니까 다 우습게 그려졌네”라고 느끼는 게 이 활동의 진짜 목적입니다.
처음엔 이상한 그림을 보고도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럴 때 어른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눈 감고 얼굴을 똑같이 그리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피카소도 이렇게 그렸어. 너랑 닮았네.”
평가 대신 상상과 유머를 던지는 어른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