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쫌 살아가는 어린이> 활동 7
칭찬 릴레이, 자랑 릴레이를 하면서, 종이 나무를 오리면서, 불편한 손으로 피카소도 되면서, 그렇게 협력을 경험하고 협력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이만큼 협력했으면, 토론이야 뭐 거뜬히 하겠지!’ 했는데, 역시입니다. 사람 사이의 일은, 쉽게 이다음에 저 다음으로 변화 발전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론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어린이들, 특히 고학년 어린이들은 토론을 말싸움으로 생각합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론의 결과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문화가 그러한데, 어린이들의 인식이 쉽게 바뀔 수가 없습니다. 소개하는 ‘토론의 기술’이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있는 현장에서, 특히 서로 다 다른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복지 현장에서 다른 방법을 한 번 써 보자고 제안합니다. ‘그것만 있을 리 없잖아’라는 심정으로.
현실적으로 방법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주제 하나를 정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꾸미기’라는 주제로 어린이들과 어떻게 토론하고 어떻게 회의할 수 있는지 제안하겠습니다. 활동은 총 4단계(혹은 5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어린이들의 상황(서로 잘 모르는 경우, 서로 잘 아는 경우 등등)을 고려해서 각각의 단계를 따로따로 하거나, 두 단계나 세 단계를 묶어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서로 인터뷰>
본격적으로 센터 공간 꾸미기를 하기 전,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공간에 대해서 어떤 감각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어른이 질문하고, 어린이들이 말이나 글로 답하곤 합니다. 그러면 꼭 이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 뻔해.’ ‘그냥요’ 등등.
서로 인터뷰는 조금 낯설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어린이들의 ‘그냥요’에 색과 모양을 선사합니다.
- 두 명씩 짝을 지어요.
- 서로에게 질문해요. 질문의 내용은 어른이 미리 정하고, 인터뷰 지를 나눠줍니다.
- “어떤 색깔을 좋아해?”
- “조용한 곳이 좋아, 북적이는 곳이 좋아?”
- “센터에서 제일 편한 자리는 어디야?”
- “센터에서 제일 예쁜 장소는 어디라고 생각해?”
- 친구의 말을 잘 듣고, 인터뷰지에 기록합니다.
- ‘내’가 친구를 대신 소개합니다. “누구는 편안하고 조용한 자리를 좋아합니다.”
질문의 내용은 어린이 연령, 어린이 특성 등을 감안해서 세 가지에서 네 가지 정도로 정하면 좋아요.
저학년 어린이 혹은 글 쓰기가 힘든 어린이가 있다면, 서로 인터뷰 후 글이 아닌 그림을 그려서 친구를 소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단계 <포스트잇으로 생각을 공유해요>
포스트잇은 편리한 활동 도구입니다. 크기가 적당히 작아서, 글을 길게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없애 주지요. 쫙쫙 잘 떨어져서, 자기도 모르게 여러 장을 쓰게 만들 수도 있지요. 뗐다가 붙였다 할 수 있으니,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유용합니다. 무엇보다 그 물성이 사고를 유연하고 감각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아무튼 저는 이 종이 도구가 재활용을 못 한다는 점 빼 놓고는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과 색도 여러 가지이니 그 또한 기쁨이지요.
- 어른이 방법 설명과 함께 미리 질문 서너 가지를 제시해요.
- “센터 꾸미기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이면 뭐든 좋아. 좋아하는 것, 불편했던 것, 바꾸고 싶은 것, 뭐든 괜찮아.”
- 각자 포스트잇에 생각을 적어요. 그림을 그려도 됩니다. 단 하나의 생각은 하나의 포스트잇에
-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고 다 함께 읽어봐요.
- 비슷한 생각끼리 분류해요. 어른이 한 장씩 읽으면서 여기에다 넣을까? 저기에다 넣을까 어린이에게 물어보아요.
- “이건 편한 공간 이야기 같아요”, “이건 조명이나 분위기 이야기예요.”
- 카테고리 4개에서 5개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면, 모두가 함께 읽어봅니다.
포스트잇 활동 후 모두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어른의 질문은 어디까지나 생각의 물꼬 열기를 돕는 정도입니다. 우스꽝스럽고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도 포함해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촉진하는 게 어른의 역할입니다.
작성한 포스트잇은 칠판에 붙여도 되고, 전지에 붙여도 됩니다. 어디에 붙이든, 다 함께 볼 수 있도록 자리 배치 등에 신경을 쓰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