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쫌 아는 어린이> 교안을 소개하면서 2
<동네 쫌 아는 어린이>가 소개하는 '활동'은
‘프로그램’이나 ‘교육’이라는 말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어린이 옆에서’의 모든 활동이 그렇듯,
누구나 일상적으로 해볼 수 있다는 뜻이고,
‘이렇게 하세요’보다는 ‘한번 해볼래요?’에 가까운 활동입니다.
어린이에게 동네가 중요하고, 어린이 복지 현장이 동네의 일부라는 사실만으로 '동네'가 어린이 성장의 장소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만날 때는 '선'이 필요하듯이, 동네 역시 선을 긋고 선을 만들어야 가치와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 쫌 아는 어린이>는 동네 '활동'입니다.
<동네 쫌 아는 어린이>는
어린이가 동네를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듭니다. 그냥 쑥 하고 지나치지 말고, 여기서 멈춰보라고 안내합니다.
애기똥풀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동네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흔히 말하는 '잡초'입니다. 어린이들이 학교 가는 길에도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말합니다. "여기 봐. 노란 꽃 예쁘지."
어린이가 시큰둥하게 쳐다봅니다. 그냥 시시한데요. 뭐 그런 표정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보여줍니다. "이 꽃 매니큐어다."
어린이 표정이 조금 바뀝니다. "진짜예요?"
꽃을 꺽어서(잘 자라니까 어쩌고저쩌고 꺽어도 되고, 설명해야 합니다.) 보여줍니다. "봐. 노란 물이 나오잖아. 이걸 손톱에다 이렇게 바르면."
어린이가 놀랍니다. "진짜네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손톱에 노란색을 칠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 꽃 이름이 애기똥풀이야. 이유가 뭘까? 잘 모르겠다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 똥은 냄새도 안 나고, 색깔도 이렇게 노란색이라 참 예뻐. 네 똥도 그랬어."
"아니에요. 내 똥은!"
잠깐의 시간이지만 어린이는 멈춰서, 바라보고, 궁금해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반응, 탐색, 의미화가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졌습니다. 동네라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동네 쫌 아는 어린이>는
반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동네는 한 번으로는 쉽게 의미화되지 않습니다. 애기똥풀로 손톱에 물을 들였던 경험은, 애기똥풀에 대한 기억으로 남지, 동네의 기억으로 의미화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이라 시시하고, 보통이라 잊히는 게 동네이지요.
이번 동네 탐색은 애기똥풀처럼 노란 꽃을 찾으러 가고, 다음 동네 탐색은 아까시나무꽃처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식물을 찾으러 가고, 또 다음에는 우울할 때 힘을 주는 초록 식물을 찾으러 가야, 비로소 동네와 식물은 연결됩니다. 동네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보면 "아! 귀엽다."이지만,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간식을 주고 싶고, 네 번 보고 다섯 번 보면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반복은 똑같은 게 아닙니다. 동심원처럼 동그라미가 반복되면서 점점 더 넓어집니다. 동네 활동은 넓어지는 게 아니라 깊어진다는 표현이 맞는 게 아닐까, 아니네요. 깊어지면서 넓어지고. 넓어지면서 깊어지고, 그러다 다른 세계로 훌쩍 넘어가기도 하고.
<동네 쫌 아는 어린이>는
기록하고 또 기록합니다. 감각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어린이들은 금방 까먹습니다. 의미를 만들고, 힘이 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미래에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가 되었을 때를 위해서, 기록은 중요합니다.
조금씩, 자주 기록도 중요하고, 차곡차곡 기록물을 쌓아서 결과물로서 기록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필수입니다. 짧은 글, 그림, 사진, 영상, 지도, 이야기, 홍보물 등등. 기록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상황에 따라, 어린이에 따라 방법은 얼마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 동네 활동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교안을 보면 단순한데, 번번히 스스로가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이유 중 하나는, 어른 여기 '동네'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잘 모른다기보다는 너무 익숙해서, 무엇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공유할지 난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걸어보세요. 시간을 가지고. 감각을 다 열어둘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반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