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쫌 아는 어린이>가 피할 수 없는 질문
동네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말해놓고도,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여러가지입니다. 어떤 질문은 정리가 되기도 하고, 어떤 질문은 사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질문을 다시 찾아오기도 합니다. 질문이 없으면 그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있는 일이 다 매끈하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게 우리 현장의 진리입니다. (업계라고 할 뻔 했어요.)
두 가지 질문은 공유하려 합니다. 제가 찾고 있는 답도 조금은 이야기하겠습니다.
1. 기술 과잉의 시대, 어린이들에게 동네는?
기술에 관해서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기술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모순에 빠집니다. 어린이들에게 기술이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능한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어린이들은 기술에 익숙하고,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아는지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지금까지 판단은 이렇습니다.
-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 앱, 인공지능, SNS, 영상 기술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한과 조정은필요하다. 기술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사회적 고려와 정책 실행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안 되는 건 나라도 해야겠다.
- 기술도 어린이에게 부정적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세계를 확장하고, 관계를 맺고, 새로운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걸 무조건 부정할 수 없다.
-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어떤 ‘알맹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몸으로, 관계로, 시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알맹이들.
- 기기의 반응 속도와는 다른 느림
-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다른 우연한 발견
- 소비되는 목소리와는 다른 사이의 대화
동네는 그 느림, 그 우연함, 그 사이를 어린이들에게 선사하지 않을지 믿고 싶습니다.
2. 모든 동네가 어린이에게 성장의 장소가 될 수 없다는 현실
위험한 골목, 단절된 관계, 나쁜 어른, 파괴된 자연환경... 동네는 밝고 따뜻하고 다정하지 않습니다. 위험하고, 혐오가 난무하고, 경쟁을 부추깁니다. 우리 동네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동네를 더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있고, 사람이 있고, 길고양이와 나무가 살아가니까. 더 큰 희망을 품기도 합니다. 어린이와 함께 동네를 알아간다면, 동네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동네'라고 씁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그럼에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