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에 코를 킁킁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6

by 열무샘

"책을 많이 읽으면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쓸 텐데"

"우리 집은 가난해서 책이 없었어."

"글을 모르는 게 얼마나 속상하다고."


어른들, 어른 중에서도 오래 사셨던 분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답해야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립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는 어린이들을 떠올립니다.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어린이, 툭하면 입을 꽉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린이, 책이라면 질색하는 어린이, 손이 아파서 글자는 쓰고 싶지 않다는 어린이, 또 어떤 어린이와 어떤 어린이가 떠오릅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한글을 몰라도, 표현하지 않기 말고는 자기 무기가 없어도, 어린이들과 시를 쓰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와 제가 '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토끼풀을 꺾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토끼풀을 함부로 꺾었다고 야단을 맞았습니다. 요즘은 토끼풀이 많아서 괜찮다고 변명했는데, "내가 잘 못 했어."라고 말하는 편이 나았겠다 싶었습니다. 토끼풀 향기가 너무 좋아서, 요즘 길을 걸으면 온통 토끼풀 냄새가 가득해서 꺾고 말았다고.


어린이들이 토끼풀에 코를 킁킁.

그리고 시가 탄생합니다.


활동 순서

1. 냄새 맡기

- 한 사람씩 토끼풀 다발 냄새를 맡습니다.

-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어린이는 두 번 맡기도 합니다.

2. 냄새를 낱말로 표현하기

- 토끼풀 냄새가 어떤지 낱말로 표현합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돌아가면서 말합니다.

- 표현하기 어렵다는 어린이가 있다면, 잠시 쉬고 말하자고 제안합니다.

- 혹은 다시 맡아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3. 모두의 낱말을 칠판에 적기

- 어른이 칠판에 각자의 낱말을 적어 줍니다.

- 모두 그 낱말을 하나씩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 낱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4. 시 쓰기

- 시를 씁니다.

- 시를 쓰기 힘든 어린이들이 있다면, 이건 어때 하고 어른이 문장 몇 개를 흥얼거립니다.

- 칠판에 있는 낱말을 활용해서 "토끼풀은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초록 냄새가 나고"

5. 시 발표하기

-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쓴 시를 발표합니다.


준비물

- 토끼풀

- 필기도구와 시 노트


똑똑똑

- 꼭 토끼풀일 필요는 없습니다. 토끼풀을 선택한 이유는, 토끼풀이 어린이들의 일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꺽어도 될 만큼 어디서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멸치여도 됩니다. 멸치를 조금씩 맛보고 시를 쓸 수도 있지요.

- 애기똥풀이어도 됩니다. 애기똥풀로 손톱을 물들이고 시를 쓸 수도 있지요.

- 핵심은 일상에 존재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물이라는 점.

- 또 핵심은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사물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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